38년이나 간직한 여성의 동정이 강간범에게 한순간 무참히 짓밟혔다.
이 강간범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사회와 격리됐다.
17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초 어느 날 오전 6시 30분께 미혼인 A(38·여)씨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애견과 산책을 마치고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문 앞에 있던 한 남성에게 집안으로 끌려들어가 성폭행당했다.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의 일을 도우며 한두 번 본 적이 있는 인근 공사장 인부 김모(52)씨 였다.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김씨의 힘에 억눌려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성관계 경험이 없던 A씨는 산부인과에서 세 차례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억장이 무너졌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38년이나 간직한 동정이었기에 성폭행당한 것보다 나중에 결혼할 남편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오히려 두려웠다.
고민하던 A씨는 김씨를 찾아 '전화, 연락하지 않을 것이며 문자 또는 누구한테 발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뒤 김씨에게 또다시 몹쓸 짓을 당했다.
A씨는 김씨가 발설하면 강간 증거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백회 보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A씨의 두려움을 알게 된 김씨는 오히려 당당했다. "동네에 알려 결혼못하게 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며 5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달가량 혼자 전전긍긍하던 A씨는 언니에게 털어놨다. 함께 파출소를 찾았지만 끝내 용기가 나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대로 묻어둘 수 없었던 언니는 이 같은 내용을 가족에게 알렸고 결국 지난해 8월말 김씨를 고소했다.
김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는 내내 합의해 성관계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허경호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피고인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형이 확정되면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 여성을 두 차례나 강간하고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자 돈까지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여성은 성관계 경험이 없는 미혼 여성으로 이 사건 때문에 현재까지 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것으로 보이고,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