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정찰모·선글라스'…폭염에 대처하는 군인들

인사이트연합뉴스


'철모 대신 정찰모 쓰고, 훈련은 일몰 전후에…'


국토방위 최일선에 선 군인도 폭염 앞에 지쳐가고 있다.


한 달여 가까이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선 군부대는 장병들의 건강을 생각해 행군 등 과도한 훈련을 자제하는 등 폭염 대책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일부 군부대는 기상 시간을 앞당기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점심시간 이후에 1시간 동안 낮잠을 허용하거나, 쿨매트·쿨토시 등을 지급하고 있다.


근무를 나갈 때는 철모 대신 정찰모를 쓰게 한다. 비교적 덜 뜨거운 일몰 전후에 훈련을 몰아서 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반면 교도소나 구치소 수감자들은 선풍기나 부채에 의존해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교도소나 구치소는 생수를 얼려 지급하거나 샤워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수감자들이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폭염으로부터 장병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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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의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 훈련장에는 스프링클러와 간이 세면대, 아이스 조끼 등이 설치돼 있다.


병영생활관에는 대형 환풍기와 선풍기, 쿨매트까지 있다.


이는 육군 11기계화사단 신병교육대가 지난 6월부터 무더위에서 훈련병을 보호하고자 운용 중인 시원한 여름나기 대책의 하나다.


그늘막도 설치해 훈련병들이 휴식 간에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했다. 훈련장 중간중간에는 시원한 얼음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경언 신병교육대장은 "시원한 여름나기 준비를 철저히 한 덕에 폭염에도 기간병과 훈련병이 교육훈련에 정진할 수 있게 됐다"며 "시원한 여름 나기 대책은 신교대 전 장병 등이 참가한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내 대부분 부대는 낮 최고 기온이 29.5도 이상이면 야외 훈련을 자제하고 실내 교육과 교육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일과를 1시간 30분가량 일찍 시작해 오전 중에 야외 훈련을 마친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도 건강한 여름나기를 목표로 각개전투 등 야외 훈련을 마친 훈련병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샤워터널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의 향토부대인 육군 39사단은 교육 중인 훈련병 기상 시간을 오전 6시에서 오전 5시로 1시간 앞당겼다.


점심을 일찍 먹게 한 뒤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낮잠을 자도록 조치했다. 교육시간을 조정해 야외교육은 오전이나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실시하고 있다.


훈련병들에게 기본적으로 매일 1병 지급하는 500㎖ 생수도 2병으로 늘렸다. 얼음물도 항상 비치한다.


광주전남의 향토사단인 31사단은 주간에 하는 예비군 동원 훈련을 실내 교육으로 대체했다. 예하 부대 교육훈련은 '여명 훈련', '야간 훈련'등으로 실시하고 있다. 주간에는 장병들이 정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명 훈련은 일몰 전 3시간, 일몰 후 3시간 나눠 하고, 주간에는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6여단은 하루 4차례 기온을 파악해 영상 29.5도에 가까울 경우 행군 등 과도한 훈련을 자제하고 있다. 영상 31도를 넘으면 야외 훈련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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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작전 등 부득이하게 야외 근무를 하는 장병에게는 철모 대신 정찰모를 쓰도록 했다.


장병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얼음물도 항상 휴대하고 있다.


해병대 6여단 관계자는 "부대별로 일부 지휘관은 사비를 털어 쿨스카프를 사서 장병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은 군부대 보안을 책임진 초병들의 근무 환경을 바꿨다.


각 초소 안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대형 냉장고를 설치해 땡볕에서 근무하는 초병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작렬하는 햇빛에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선글라스도 초병들에게 지급했다.


해병대 1사단도 기온이 영상 31도를 넘으면 옥외훈련을 전면 중단한다.


◇ '더위에 허덕' 수용시설 선풍기·부채로 힘겨운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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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교도소나 구치소 등 수용시설 수용자들은 선풍기나 부채에 의존한 채 최악의 혹서기를 보내고 있다. 때때로 제공되는 얼음물을 마시거나 방안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며 열을 식히는 게 전부다.


부산교도소 등 전국 대부분 교도소·구치소에는 선풍기 말고는 에어컨과 같은 별도의 냉방시설이 없다.


수용자들은 선풍기를 틀거나 손부채를 이용해 여름을 나야 한다.


일부 수용기관에서는 찬물로 샤워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더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수용기관별로 재량에 따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한다.


1970년대 초반 문을 연 낡은 교도소인 창원교도소는 수용자들이 머무는 곳에 선풍기가 달려 있다.


2시간 동안 선풍기를 틀고 화재예방을 위해 15분 껐다가 다시 가동한다.


교도소 측은 500㎖ 용량의 얼음 생수를 일주일에 한 병씩 지급한다. 올 여름에는 수용자들에게 팥빙수를 한차례 지급하기도 했다.


부산교도소는 혹서기가 되면 수용자들에게 매일 생수를 얼려 지급하고, 특식도 제공한다. 울산구치소는 지난달 기증받은 생수 1만3천여 병을 얼리고 나서 기온이 높을 때마다 수용자들에게 1개씩 지급하고 있다. 또 구치소 수용동 거실 화장실에서 수용자들이 샤워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원주교도소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야외 작업을 될 수 있으면 피한다. 교정위원들이 구입한 빙과류나 얼음물 등을 수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부 수용자에게는 냉수욕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광주교도소는 폭염이 장기화하자 이달 초부터 주 1회 얼린 생수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15일 광복절에는 아이스크림을 특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각 수용실에는 선풍기가 한 대씩 설치돼 있으며 작업장은 에어컨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혼재해 있다.


광주교도소 관계자는 "지난해 삼각동으로 이전했는데 산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고 과거에 비해 환기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더위에 크게 취약하지는 않다"며 "낮에도 작업장 등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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