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를 시작으로 한국형 재난 영화는 점차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을 배경으로 재난 영화를 찍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말이 나왔으나, 지난달 20일 개봉한 '부산행'을 보면 그때의 우려가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 좀비, 해일 등 재난의 상황은 해외와 비슷하지만 한국형 재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 5가지가 있어 소개한다.
아래 소개된 5가지 요소가 최근 개봉한 영화 '터널'에서도 나오는지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1. 가족애
한국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동거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족 전체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때로는 당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재난 영화에는 꼭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2. 정부비판
한국 재난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이다.
영화 속 정부는 위급한 상황인데 "괜찮다"고 말하거나 확산을 막겠다며 시민들을 한 곳에 몰아넣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는 한다.
종종 이런 요소를 넣은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감독들은 "특정 정부를 비판하기보다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3. 고위직의 갑질
영화에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꼭 능력있는 고위직 인사는 자신만 살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소위 말하는 '갑질' 즉,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며 주위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보이고는 한다.
해당 요소는 최근 있는 자들의 횡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내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4. 공동체주의
한국 재난 영화를 보면 항상 주인공들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하며 서로를 돕는다.
물론 남을 도우려다 죽는 인물들이 대다수이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도 한다.
해당 요소는 가끔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 걸림돌이 되지만 남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의 모습을 잘 담고 있기도 하다.
5. 로맨스
로맨스는 항상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의 등장은 가끔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로맨스는 상황을 애절하게 만들기보다는 흐름을 깨고는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재난 영화에서 로맨스는 지양해달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재난 영화에서는 매번 등장하고 있다.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