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에어컨 수리기사를 찾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리기사들의 안타까운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KBS '뉴스 9'은 안정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아 에어컨 수리 기사들이 수리하다 추락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대전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한 빌라 2층에서 작업하던 에어컨 수리 기사가 난간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업하던 난간이 부서지면서 바닥으로 몸이 추락한 것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시 노원구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기사가 추락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알려진 에어컨 수리기사 추락 사고만 벌써 두 건.
이에 대해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추락 방지 안전띠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며 안전조치로 난간을 흔들어보는 게 고작이라고 한탄했다.
한 수리기사는 "추락 방지 안전띠를 걸 곳이 없고, 작업하기에는 굉장히 선이 짧기 때문에 사실 (추락 방지 안전띠를) 착용하면 작업하기 어렵다"며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폭염으로 인해 쌓이는 업무량도 한 몫 했다. 그는 "하루에 다 하지 못하면 내일 할 일과 겹친다"면서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안전에 조금 미흡한 점도 있다"며 일이 쏟아지는 현황에 대해 토로했다.
현행법상 에어컨 수리처럼 고층 난간에서 이루어지는 등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고소작업대를 비롯한 안전벨트 등의 추락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대부분이라 이들은 고소작업대와 안전벨트는커녕 안전조치는 엄두도 못 낸 채 오늘도 난간 위에서 위험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윤혜경 기자 heak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