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남지연(33·IBK기업은행)이 걸레를 들고 코트를 향하자, '슈퍼스타' 김연경(28·터키 페네르베체)이 달려와 막았다.
"언니, 왜 그러세요."
이효희(34·한국도로공사)에 이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남지연은 후배들을 위해 코트에 떨어진 땀을 닦으려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120만 유로)을 받는 김연경이지만 '언니'가 걸레를 든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
이 모습에 막내 이재영(20·흥국생명)도, 몸을 풀던 주전 라이트 김희진(25·기업은행)도 놀랐다.
결국, 코트 위 물기를 닦고자 3∼4명이 동시에 몰려들어 걸레질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에어포스 클럽 배구 코트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 평가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후배를 챙기는 선배, 그런 선배가 고마운 슈퍼스타, 이를 따르는 후배 선수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선 '황금세대'는 팀워크도 최고다.
평가전은 공식경기가 아니어서 자원봉사자들이 코트 정리를 하지 않는다.
결국, 코트 위 떨어진 땀을 닦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경기 때는 경기운영요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땀을 닦는다.
미끄러운 코트 위에 흘린 땀을 밟으면 발목 등을 다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4일 이탈리아와 평가전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은 가벼운 허리 통증을 느껴 코트 밖에서 경기를 봤다.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도 평가전 시간 대부분을 코트 밖에서 보냈다.
그리고 코트 위에 땀이 쏟아지면, 직접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후배들이 경기에 집중하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이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귀한 몸' 김연경은 이런 남지연이 고마우면서도, 선배가 움직일 때 가만히 있는 후배가 되고 싶진 않았다.
김연경은 "언니, 왜 그러세요"라며 남지연을 말리고 자신이 직접 걸레를 들려고 했다.
이에 후배들이 빠르게 움직여 바닥을 닦았고, 선배급 선수들도 합류했다.
팀 분위기는 성적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6일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일본과 예선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김연경은 "'김연경과 황금세대'가 아닌, 그냥 황금세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공을 동료들과 나누려는 마음에서다.
막내 이재영은 "언니들과 생활하는 게 정말 재밌고, 많이 배운다"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에는 웃음꽃이 핀다. 그 에너지가 코트 위에서는 상대를 제압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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