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200m에서도 예선에서 탈락한 박태환(27)은 전날 자유형 400m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을 때보다 더 마음이 복잡한 모습이었다.
박태환은 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6조에서 1분48초06으로 8명 중 조 최하위, 전체 47명의 참가선수 중 29위에 처져 탈락했다.
전날 자유형 400m에서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된 데 이어 이날은 16명이 올라가는 준결승 무대도 밟지 못하게 됐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한 종목이다.
경기 후 박태환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취재진을 보자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기대를 채워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재차 말했다.
이어 "어제 400m 경기를 잊고 준비 잘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어제의 아쉬운 부분을 오늘 꼭 만회하려 하다가 오버했는지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스퍼트해야 하는데 어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레이스가 뜻대로 안 돼 나 자신도 답답했다"면서 "터치패드를 찍고 나서 기록을 보기가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레이스가 처져 기록을 보기가 싫었다"면서 "생각보다 기록이 더 안 나와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도핑 규정 위반으로 18개월간 공백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막혀 제대로 훈련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박태환은 이 같은 상황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잘 훈련해왔고 리우로 오기 전 미국에서 2주 동안도 나 자신을 뛰어넘으며 심적 안정을 취하고 잘해냈다"면서도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년여의 공백으로 세계 수영계에서 뒤처진 느낌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약 2년 만에 치르다 보니 그동안의 레이스나 신예 선수들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내가 뛰었던 시대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예전과 달리 예선부터도 치고 나간다. 2012년, 2013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를 깨닫고 있었지만 내가 가진 부담감이나 여러 복합적 부분 때문에 급하게 쫓아가려다 보니 레이스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이 답답하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올림픽에서의 이런 내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면서 "인터뷰를 하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쁜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4년 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울먹이다가 인터뷰를 제대로 못 한 적이 있다.
당시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박태환은 예선에서 실격 파동을 겪으며 혼란에 빠졌고, 그럼에도 결승에서 역영을 펼쳐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지만 여러 감정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그때보다 마음이 더 무겁다"면서 "미묘하고 많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레이스에서 꼴찌(8등)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정이 북받쳤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물 밖으로 못 나오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와서 외국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모든 친구가 반갑게 맞아줬다"면서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그 모습들이 하나씩 스쳐 갔다. '그들이 뭐라 생각할까'라는 마음에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100m와 1,500m를 남겨뒀다.
남은 두 종목을 모두 뛸 것인지에 대해서는 "코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일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몫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여기가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다"라면서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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