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와 치주염 등의 예방에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 탐사보도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치과 단체, 관련 제품 제조업체들이 수십 년 동안이나 치실 사용이 구강 건강에 필수적이라며 권고해왔으나 그 효과를 제대로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1908년부터 이를 권고해왔으며, 미국치주질환학회(AAP)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도 매일 치실질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또 미국 보건부 역시 지난 1979년 공중보건보고서를 통해, 이후엔 5년마다 개정하는 '식생활 지침'을 통해 이를 권장해왔다.
AP통신은 그러나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요구하자 보건부는 "이런 지침을 내리기 위해 법적으로 필요한 근거가 없다"고 시인했으며 최근 이 지침에서 치실 관련 부분을 아무 설명이나 통보 없이 슬그머니 삭제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나온 치실과 칫솔 사용 관련 연구 25건을 학자들이 검토하고 AP가 살펴본 결과 치실의 효과를 입증할 증거가 약하고, 매우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연구의 질이 낮고, 많이 편향돼 있었다는 게 AP통신의 주장이다.
이런 근거로는 불과 25명뿐인 연구대상, 제대로 된 효과를 알 수 없는 2주 동안만의 관찰, 아주 낡은 평가방법 사용, 충치나 치주염이 아닌 다른 구강 건강상 증상에 초점을 맞춘 연구, 칫솔질과 치실질 효과를 각각 비교하지 않아 신뢰성이 없거나 떨어지는 점 등이 제시됐다.
웨인 앨드리지 AAP 회장은 엄밀한 과학적 증거가 미흡하다고 시인했다. AAP 측은 그러나 이런 연구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당뇨환자나 흡연자 등 치주질환 위험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면 치실의 이점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보건원(NIH) 소속 한 치과의사 역시 엄밀한 과학적 기준을 적용하자면 보건부 지침을 삭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여전히 치실질이 위험성이 낮고 비용이 적게 드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치과의사협회의 다미엔 월름슬리는 "구강 건강을 지킬 기본을 얘기하는 게 중요한데 치실은 기본이 아니다"라면서 회의적 의견을 표했다.
또 치실은 잘못 사용하면 잇몸과 치아에 상처를 내고 유해세균이 혈류를 타고 침투, 감염시킬 수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AP통신은 치실 관련 산업 규모는 세계적으로 2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대부분 관련 연구비를 업체들이 대주며 때로는 업체가 연구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도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ADA는 업체들로부터 각 1만4천500 달러를 받고 치실 제품 인증서를 내주고 있으며, 승인 제품에 대해 매년 3천500 달러를 거두고 있는데 이 인증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치실제품도 판매하는 의료기·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 임원 출신인, ADA 산하 과학연구소부소장은 "자금이 기업에서 나올 수 있고, 연구 설계도 기업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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