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되려고 좋은 일 하러 가는 거야"
청주 서부소방서 사직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정샛별(30·여) 소방사가 긴급 출동 지령이 떨어질 때마다 뱃속 아이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임신 3개월째인 그는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응급처치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구할 수 없는 심정지 환자를 매일 같이 만난다.
정 소방사는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정신없이 출동하지만, 늘 뱃속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6년 동안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1월 소방공무원이 된 정 소방사는 올해 들어서만 심정지 환자 3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지난 1월 7일 서원구의 한 교회에서 갑자기 쓰러진 60대 남성을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AED) 사용으로 구했다.
열흘 후 서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30대 남성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맥박을 되살렸다.
임신 중이던 지난 6월 2일에는 흥덕구의 한 모텔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30대 남성을 구하기도 했다.
정 소방사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대할 때마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해서 뛰어다닌다"면서 "그런데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소방사는 소방관 부부다. 남편 박성원(29) 소방교는 서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의 구급대원으로 일한다.
박 소방교도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소중한 생명을 맨손으로 구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4월 13일 흥덕구의 한 주택에서 떡이 목에 걸려 의식을 잃은 70대 여성의 목숨을 하임리히요법(복부 밀어내기)과 심폐소생술로 구했다.
둘은 지난해 7월 청주 서부소방서에서 선후배 구급대원으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우다가 열애 끝에 지난 4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충북도는 이들 부부에게 지난 1일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서와 배지를 수여했다.
이날 박 소방교, 정 소방사 부부를 비롯해 구급대원·경찰·도민 52명이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박 소방교는 "임신한 몸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아내가 자랑스럽다"며 "태어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소방관 부부가 되겠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하트세이버는 '심장을 구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심장 박동이 멈춘 응급환자를 병원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를 사용해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