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발라드 가수' 테이, 잔혹한 '연쇄 살인마'로 돌아왔다

인사이트엠뮤지컬아트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감성 발라드 가수 테이가 뮤지컬 '잭더리퍼'의 잔혹한 살인마로 돌아왔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유명한 테이가 비열한 살인마 '잭' 역에 잘 어울릴지 의아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테이는 진짜 연쇄살인범이라도 된 마냥 광기어린 눈빛으로 웃었고, 그의 서늘한 시선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소름 끼치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테이의 반전 매력에 푹 빠진 관객들은 그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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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개막한 뮤지컬 '잭더리퍼'는 1888년 영국 런던의 화이트채플에서 다섯 명의 매춘부가 잔혹하게 살해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잭과 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엔더슨, 그리고 의도치 않게 사건과 연루되는 외과의사 다니엘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이다.


살인마 잭은 몸을 파는 여성 매춘부만 죽인다. 잭에게 살해당한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목이 반쯤 잘리고 복부가 절개돼 내장이 흘러내린 상태였다.


엔더슨 형사는 사회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는 끔찍한 사건이기에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고 조용히 해결했지만 특종을 노리는 런던 타임즈 기자 먼로에게 자신의 약점을 들키면서 보도를 허락한다.


그러던 중 외과의사 다니엘이 살인마 잭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제보하고, 예기치 못했던 범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사건은 런던 시내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도대체 살인마 잭의 정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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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잭더리퍼'는 19세기 실존했던 영국 살인마의 이야기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수사극이다.


잭은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 등을 생각하게 하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극 전체를 이끌어갈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만 거쳐갔다.


처음 가수 테이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선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테이는 기존의 다정다감한 이미지를 버리고 살기등등한 잭을 완벽하게 표현해 관객을 극 전체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의 노래는 실력파 가수답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특히 테이가 부르는 '춤추는 살인마'라는 타이틀의 노래는 '유명 발라드 가수'의 과거를 잊게 만들 정도였다. 


시원시원하게 내뿜는 '3단 고음'은 그가 발라드 가수가 아닌 '로커'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다만 전체적인 연기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뮤지컬 무대에 익숙하지 못한 이유가 컸을 것이다.


테이는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절대 동정할 수 없는 살인마를 그려야 했지만 연예인으로서 '멋스러움'은 모두 버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테이가 연기한 '잭'이라는 캐릭터는 섬뜩하지만 젠틀하고도 치명적인 유혹을 뿜어내야 했기 때문에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이다. 무대를 거듭할수록 연기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변신을 확실히 했다는 점과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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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연된 뮤지컬 '잭더리퍼'는 체코 원작의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줄거리, 노래, 무대 등 90% 이상이 한국 정서에 맞게 재창작 됐다.


원작자에게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 진출시 한국 버전의 '잭더리퍼'가 공연되는 등 성과를 이뤄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체적인 무대와 테이, 엄기준, 김준현 등 명배우들의 호연,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그 이유로 꼽힌다.


"원작을 뛰어넘는 세기의 걸작이다", "볼 때마다 벅차오른다"며 매회 극찬을 받고 있는 만큼, 더운 여름 '시원한 뮤지컬'을 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더 오싹해져서 돌아온 뮤지컬 '잭더리퍼'는 오는 10월 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