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취객 구하다 교통사고 당한 경찰관 '13년째' 식물인간

인사이트13년째 투병 중인 최종우 전 경사 / 연합뉴스


2004년 3월 24일 오후 9시 15분 충북 진천경찰서 북부지구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월면의 한 도로에서 취객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구대에 근무하던 최종우(63·당시 51세) 경사는 직감적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 후배 경찰관과 함께 급히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최 경사는 취객을 인도로 끌어올렸다.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취객은 "집으로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다시 도로로 뛰어들었다.


취객을 쫓아 도로에 들어가는 순간 최 경사에 눈에 달려오는 승용차가 들어왔다. 취객은 도로 밖으로 밀어냈지만, 정작 자신은 승용차를 피하지 못했다.


최 경사의 몸은 허공으로 날았다. 머리와 얼굴이 함몰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지만, 식물인간이 된 채 일어나지 못했다.


그 후로도 8차례의 수술을 더 받았지만, 몸 상태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당시 구속됐었던 사고 가해자나 목숨을 구한 취객은 한 번도 그의 병실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뒤 관심을 보였던 주변 사람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기억에서 그를 잊기 시작했다.


아내 백모씨만 한결같이 병상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퇴직한 경찰관 모임인 진천경찰서 경우회가 매년 경우인의 날(11월 20일)을 전후해 성금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1일에는 그의 병실에 진천 경우회 윤춘복 회장이 모처럼 찾아왔다.


윤 회장이 총무를 맡은 단체인 진천군 범죄피해자 지원협의회의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윤 회장은 성금을 전달한 뒤 병상에 있는 후배의 손을 꼭 잡았다. 손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느낄 수 없었다.


"1년에 한 두 번 병원을 찾아오지만, 항상 눈만 감았다가 떴다를 반복할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회장은 "수사과에 근무할 때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후배로 기억하고 있다"며 "13년째 식물인간으로 생활하는 남편의 옆을 지키는 부인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병원비의 일부는 국가보훈처에서 지원되지만, 각종 검사비, 간병인 인건비 등은 부인이 직장 생활을 통해 번 돈으로 부담하고 있다.


백씨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남편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불쌍해 요양원 등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봄에는 감기와 합병증이 발생해 장이 터지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13년 동안 가족들이 받았을 고통을 어떻게 다 표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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