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직접 만든 빵 나눠주던 친구가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며칠 전 방학식 때 본 모습이 마지막이었는데…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부산 해운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리던 푸조 차량에 치여 숨진 홍모(44·여) 씨 모자의 빈소가 차려진 1일 경기도 부천의 한 장례식장을 지키던 친척과 지인들은 울먹이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올해 고3인 홍씨의 아들(18)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바리스타가 되려고 준비하던 속이 꽉 찬 학생이었다.


2학년 때부터 학교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며 틈틈이 키워온 꿈은 한순간의 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신호를 위반한 채 달리던 푸조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홍씨 모자를 그대로 들이받는 끔찍한 사고를 냈다. 당시 차량은 시속 100km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와 절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는 장례식장을 나서며 "착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착한 친구였다"며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만들었다는 빵을 가져와서 반 친구들에게 즐겁게 나눠주곤 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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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이어 "2학년 때 처음 같은 반이 된 뒤로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들 모자는 사고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방학을 맞아 단둘이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산에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모자가 주변에 휴가 계획을 알리지 않은 데다 동행한 사람도 없어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운대 신시가지를 둘러보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홍씨는 10여 년 전부터 혼자 아들을 키웠다, 네 자매 중 맏이로 경기 부천의 한 실리콘 업체에서 경리직원으로 일하면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집도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바로 옆 동으로 구해 부모님을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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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발갛게 부어오른 유족들은 이날 이른 아침 부산에서 운구해온 모자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를 지켰다.


자신을 외삼촌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다들 상심에 빠져 있어서 뭐라고 할 말도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유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사고 이유나 경위가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7월 31일 오후 오후 5시 16분께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문화회관 사거리 대천 램프에서 미포 방면 도로에서 김 모(53)씨가 푸조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덮치고 7중 충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푸조 승용차 운전자 김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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