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관객몰이에 나선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제목과 달리 인천상륙작전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그 작전을 가능하게 한 '엑스-레이'(X-ray) 작전을 소재로 한다.
엑스-레이 작전은 연합군의 인천 상륙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해군의 첩보부대가 인천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수집한 작전을 말한다.
실제 엑스-레이 작전의 내용은 어땠고 '인천상륙작전'은 이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표현했을까.
30일 함명수 전 해군참모총장의 회고록 '바다로 세계로'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1950년 8월 13일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첩보대를 꾸린다. 그해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시행되기 한 달여 전의 일이다.
당시 해군 정보국장이었던 함 전 참모총장은 김순기 중위, 임병래·장정택 소위를 팀장으로 한 3개팀, 17명으로 구성된 첩보대를 구성했다.
이들의 임무는 인천지역 북한군 배치 현황, 보급선과 보급현황, 해로의 기뢰매설 여부, 상륙 지점의 지형, 인천항의 안벽 높이, 밀물과 썰물 때의 해안 길이, 북한군의 방어진지 상황 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에 밀려 낙동강 이남까지 후퇴한 상황으로 인천은 북한군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이들은 목숨을 내놓은 임무를 수행해야 해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깎아 사물함에 넣어두고서 8월 17일 밤 어선을 타고 부산항을 떠났다.
이들이 인천 영흥도에 도착한 때는 8월 24일 새벽. 영흥도는 첩보전 수행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자 우리 해군이 이곳 북한군을 격퇴해 탈환한 상황이었다. 북한은 부산 함락에 총력을 집중하느라 이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첩보부대의 김순기 중위가 인천지역에서 근무하던 때 알던 정보원들을 통해 인천을 왕래하는 통행증을 구하자 첩보부대원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관건은 월미도의 정보였다. 연합군의 배가 인천항으로 안전하게 들어서려면 그 관문 격인 월미도를 먼저 점령해야 하기에 이곳의 지형과 북한군 정보동향이 필수적이었다.
첩보부대원들은 월미도 해안도로 보수공사의 인부로 일하며 이곳 해안포대의 위치와 수를 헤아리거나 때로는 인민군 복장을 하고 나가 적 병력을 탐지했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는 영흥도의 첩보부대 기지를 통해 맥아더 사령부로 전달됐다.
디-데이(D-day) 이틀 전인 9월 13일 첩보부대에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잔무를 처리하려고 남은 임병래 소위와 홍시욱 하사 등 일부 대원은 그만 북한군의 공격을 받았다. 소수의 한국군이 영흥도에 주둔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북한군이 9월 14일 영흥도를 기습 공격한 것.
임 소위가 중대장이 돼 북한군과 맞서 싸웠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임 소위와 홍 하사는 작전을 하루 앞둔 시기에 자신들이 포로로 잡히면 정보가 누설될 것을 우려해 휴대하고 있던 총으로 자결했다.
영화는 이 엑스-레이 작전을 극화하고자 해군 첩보부대가 인천상륙작전을 지원하려고 첩보활동을 벌였다는 큰 줄거리만 따오고 구체적인 내용은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극적 긴장감을 높이려고 우리 첩보부대가 북한군으로 위장해 인천지역에 침투했다는 설정을 사용하고 첩보부대의 주된 타깃을 북한군의 기뢰매설 위치 정보로 한정했다.
영화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이나 영화적 재미도 중요해 상상력을 동원해 이런 식으로 잠입, 정보를 얻는 것으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엑스-레이 작전에서 가장 슬픈 대목인 임 소위와 홍 하사의 자결을 반영하지 않았다.
자결 사실을 넣자니 영화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손봐야 했고, 영화 이야기에 맞추려고 자결 시점을 자의로 바꾸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흥도가 아닌 월미도에서 우리 첩보부대와 북한군 간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아울러 우리 해군의 첩보부대뿐 아니라 한국인으로 구성된 미군 소속 스파이 부대인 켈로부대(KLO)의 활약상도 그린다.
켈로부대가 해군 첩보부대와 합동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영화에 나오지만 실제 두 부대가 같이 활동했다는 기록은 없다.
단, 켈로부대는 9월 14일 팔미도라는 섬을 탈환해 그곳에 있던 등대를 밝혀 다음날 연합군의 함정이 무사히 인천항으로 들어올 수 있게 유도했다. 영화에서 켈로부대의 이러한 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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