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아, 이번엔 원추리꽃 보러 갈 거야. 원영이 꼭 닮은 그 꽃들이 지천으로 핀 그곳에 엄마 등에 꼭 업혀서 가자."
"원영아, 위에서 잘 지켜보고 있지? 널 그렇게 만든 사람들 가만 안 둔다." (포스트잇 편지 중에서)
2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노랗고 붉고 흰 바람개비 20여 개가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 바람에 날렸다. 그 옆으로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아동학대 근절 포스터들이 전시됐다.
어린이의 손을 잡은 학부모와 친구·연인과 함께 한 젊은이들, 시민들은 바람개비를 들고 포스터를 감상하고 함께 마련된 아동학대 근절 서명지에 저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었다.
갖은 학대를 당한 끝에 세상을 떠난 신원영군을 추모하는 집회가 아동학대 근절을 바라는 학부모 서모(41·여)씨 주최로 열린 것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원영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패널에 붙이고 생전 원영군의 장래희망을 맞추는 스티커 퀴즈 등에 참여했다.
아동학대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추모하고 달래는 의미를 담은 바람개비를 만들어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주기도 했다.
학부모와 청소년, 어린이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집회는 비보잉과 풍물, K-팝 댄스, 난타 등으로 꾸려진 1부 문화공연 순서와 원영군 추모 촛불을 밝힌 2부 순서로 나눠 펼쳐졌다.
2부에서는 참석자들 모두가 종이컵 촛불과 '원영아 미안해', '원영이 계모·친부 법적 최고형' 등 카드를 들고 원영군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시청했다.
서씨는 원영군이 어떻게 학대를 당했는지 설명하고, 아동학대와의 전쟁 선포문과 원영군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진정서 등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원영군의 학대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했고, 입을 모아 "원영이 살려내십시오" 하고 외치기도 했다.
한 초등학생이 원영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순서에서는 숙연함 속에서 고개를 숙였다.
7살 원영군은 체육복 차림으로 3개월간 한겨울 화장실에 감금된 채 폭행을 당하고 락스를 뒤집어쓰는 등 계모 김모(38)씨에게서 학대를 당하다 올해 2월 숨졌다.
숨질 당시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려 기아에 가까운 상태였고 키 112.5cm(평균 하위 10%), 몸무게 15.3kg(평균 하위 4%)였던 원영군의 시신을 아버지 신모(38)씨와 김씨는 열흘 동안 베란다에 내버려뒀다가 인근 야산에 남몰래 묻었다.
검찰은 이달 11일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신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이들에 대해 선고를 할 예정이다.
이날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던, 학대받기 전의 원영군 모습은 밝았고 부모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한 어린이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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