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폭염에 매일 300마리씩 죽어 나가…양계장 옆에는 거대한 닭무덤"

인사이트연합뉴스


충북 영동군 심천면 단전리 에덴농장. 육계 7만마리를 사육하는 이 지역 최대 양계장이다.


26일 오후 기자가 찾은 농장에서는 주인 김대근(42)씨가 찜통으로 변한 사육장 구석구석을 바삐 오가면서 탈진한 닭의 상태를 살피느라 분주했다.


손에 들린 통에는 폭염을 견디지 못해 이미 죽은 닭 10여마리가 담겨 있다.


사흘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속에서 이날 이 지역 수은주는 또다시 34.2도를 찍었다.


전날 최고 기온 35.3도에는 못 미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다.


4년 전 세운 김씨의 계사는 폭염이나 한파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응 설비를 갖춘 첨단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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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크기의 계사 3채가 들어서 있는 데, 계사마다 어른 키보다 큰 대형 환풍기가 7대와 송풍기 4대가 쉼 없이 돌아가면서 데워진 공기를 밖으로 빼낸다. 천장에 매달린 분무장치도 연신 차가운 물안개를 내뿜으면서 실내온도 상승을 막고 있다.


그러나 실내온도는 이미 바깥 기온과 맞먹는 33도에 육박했다. 왕겨가 깔린 바닥 온도는 이보다 4∼5도 높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폭염이 시작된 24일 이후 김씨 농장에서는 매일 300마리 넘는 닭이 죽어 나갔다. 평소의 자연 폐사량을 3∼4배 웃도는 양이다.


김씨는 "바닥 온도가 닭의 체온인 41도에 육박하면서 체력이 떨어진 닭이 줄줄이 폐사하고 있다"며 "계사 안 기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런 무더위에는 속수무책"이라고 푸념했다.


최근 사흘간 그의 농장에서 폭염으로 죽은 닭은 1천100여마리다. 농장 옆 복숭아밭에 거대한 닭 무덤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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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닭도 입을 벌린채 체온을 조절하느라 축 늘어져 있다. 개중에는 고개조차 가누지 못하고 엎어진 것도 있다.


김씨의 닭은 대부분 치킨용으로 납품된다. 부화 후 30일째 되는 이번 주말이 출하 예정일이다.


출하를 일주일 앞두고 몰아닥친 폭염에 김씨는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혹시 있을지 모를 정전사태다.


김씨는 "지난 4일에도 낙뢰로 계사에 설치된 CCTV가 망가지는 사고가 났다"며 "여름철에는 돌발사고가 자주 발생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양계장은 실내온도는 23도에 맞춰져 있다. 환풍기나 분무장치가 24시간 가동되면서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인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이들 장치가 멎기라도 한다면 닭은 20∼30분도 버티지 못한다.


김씨는 "과거 비닐하우스 형태의 재래식 양계장에서 닭의 70%를 잃은 적도 있다"며 "그때보다 여러 가지 시설이 보강됐지만, 더위의 기세가 워낙 강해 닭이 견뎌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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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도 녹일듯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유독 더위에 약한 닭이 연이어 죽어 나가고, 소·돼지도 식욕을 잃는 등 더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폭염이 시작된 이달에만 2천800마리가 넘는 닭이 집단 폐사했다.


피해가 속출하자 도는 축산농가에 가축 관리 강화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나섰다.


도 관계자는 "가축이 밀집 사육되는 축산시설일수록 더위에 취약하다"며 "폭염이 몰아칠 때는 축사의 환풍을 잘 해주고, 차가운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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