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지역 6개 고등학교가 교내에서 흡연하다가 적발된 학생들을 보건소에 신고해 과태료 처분을 받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줘 금연 효과가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학교가 교육 기능을 포기했다며 부적절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 지역 6개 고등학교가 2013년부터 교내흡연으로 적발된 학생들을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있다.
해당 보건소는 금연구역인 학교에서 흡연하는 행위가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배되는 만큼 학생에게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뒤 학교를 찾아가 금연클리닉, 흡연예방교실을 연다.
2013년 120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고, 2014년에는 30명, 2015년에는 20여 명에게 부과했다.
일반적으로 학교가 흡연학생을 적발하면 자치 규정을 통해 징계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해당 6개 고교의 사례는 매우 특이하다.
이들 고교를 제외하고는 부산지역 155개 고교에서 이런 조치를 하는 곳은 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고교들이 이런 방침을 세운 것은 강서고등학교가 먼저 이 방법을 실행했다가 큰 효과를 거두면서다.
강서고등학교는 2013년 초 학부모와 교사가 모여 학생 금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과태료 부과였다. 법을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도 따른다는 것을 알려줘 준법정신을 고양하자는 의미였다.
학부모들도 동의했다. 5만원의 과태료를 학생이 갚도록 용돈을 줄이거나, 부모가 대신 과태료를 내면서 자녀 교육에 한 번 더 신경 쓰자는 취지였다.
하영수 강서고등학교 교감은 "그전에는 벌청소를 시키고 징계를 줬지만 학생들이 벌청소를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등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었다"면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난 뒤 적발된 학생이 계속 줄어 올해는 신고된 학생이 0명이다"라고 말했다.
흡연학생을 신고하는 대저고등학교도 "흡연을 하는 학생 때문에 교실이 뿌옇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주민들이 학생 흡연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심각한 학생흡연을 근절하려는 절박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부산의 한 학교 관계자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수도 있지만, 학생을 외부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교사들이 학교의 울타리 내에서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도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관계자는 "비교육적이며 학생흡연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위한 학교의 비상식적인 행태"라면서 "학생 선도에 책임을 지지 않는 진정한 교육자 없는 학교 공간이 만들어낸 폐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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