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6.25 참전, 두 차례의 군대 징집. 국가를 위해 세 번이나 군대를 다녀왔지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지난 22일 ytn은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조두표 할아버지의 기가막힌 사연을 소개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고향 함경도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던 조 할아버지는 인천 부두에서 전쟁 노무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군번도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할아버지는 경기도 연천 미1기갑사단 보병 대대에서 중공군의 눈을 피해 전장으로 각종 전쟁 물자를 운반했다. 더운 여름, 전쟁물자를 등에 업고 뛰어다니니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한국 군대에는 기록이 없었다. 때문에 할아버지는 전쟁 후에도 두 차례나 군대를 더 다녀와야 했다.
내 나라를 위해 일했지만 참전 공로를 인정해준 건 도리어 미국이었다.
정전 60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걸 기억합니다. 미국 정부, 그리고 한미 양국 모두 영원히 당신에게 감사할 것입니다"라며 표창장을 줬다.
미국으로부터 참전 사실을 인정받은 할아버지는 2014년부터 국방부에 참전 사실을 인정해달라고 4차례나 요청했다. 전쟁 당시 함께 일했던 밥 존슨 씨에게 서명까지 받아왔다.
그런 조 할아버지에게 한국 정부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참전 사실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가 된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오직 '내 나라'에서 참전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다.
조 할아버지의 부인 한을생 할머니는 "영감이 너무 안됐어요. 불쌍해요. 그래도 자기는 너무 억울하다고 끝까지 애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