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범 모집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 신청서에는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이른바 '삼포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겼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번 청년수당 신청자 6천300여명 중에는 20대 후반 탈북자 A씨도 포함됐다.
A씨는 신청서에 "아르바이트를 탈출해 (취직을 해) 자리를 잡는 것이 탈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현실 같다"며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어학과 디자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청년수당을 신청했다"고 적었다.
A씨는 탈북 뒤 우리나라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던 중 청년수당 시범 사업 소식을 듣고 지원서를 냈다.
A씨 말고도 신청서에 담긴 서울 청년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20대 중반의 B씨는 기능올림픽 가구 부문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는 우수한 기술의 보유자다. 현재는 임시 공간에서 나무로 만든 자신만의 소품과 가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B씨는 "재료비와 임대료를 대기 위해 시간을 쪼개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한다"며 "공간이 좁아 재료를 쌓아두는 데 한계가 있어 제품 개발이 더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년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아 순조롭게 창업 활동을 해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청년 창업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대 중반 C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본래 꿈꾸던 진로를 접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몸을 다쳤기 때문인데, 가장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C씨는 "경비직으로 취업하려고 노력했지만, 신임 경비 교육 비용을 댈 경제적 능력조차 되지 않아 취업 실패를 거듭했다"며 "취업해서 아버지를 모셔야 하는데 준비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년수당 시범 사업을 가리켜 '벼랑으로 내몰린 청년들의 마지막 방주'라며 간절함을 나타냈다.
또 20대 후반 야간돌봄 교사 D씨는 경리·회계 분야로 이직을 꿈꾸고 있어, 청년수당 지원 대상이 된다면 교재나 학원비를 마련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희망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든 E씨는 '스펙'을 쌓느라 아르바이트까지 할 시간도 없는 터에, 돈 걱정 대신 취업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청년수당 신청자 6천300여명의 평균 나이는 만 26.4세, 가구 건강보험 평균 납부액은 직장가입자 8만 3천11원, 지역가입자 7만 920원으로 조사됐다. 가구 소득으로 바꾸면 직장가입자는 268만원, 지역가입자는 207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시는 이들의 사연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소득 수준·미취업기간·부양가족을 기준으로 다음 달 초 최종 지원 대상자 3천명을 선정,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최장 6개월간 현금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청년수당 지원에 지난달 최종 '부동의'를 통보한 데다가, 시정명령은 물론 직권취소까지 내리겠다고 하고 있어 추후 진통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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