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일)

금전문제로 군대 선·후임 인연이 '악연'으로 끝났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스무 살 피 끓는 청춘에 군대에서 선·후임으로 만나 20여년 가까이 맺어 온 인연이 결국 '악연'이 되고 말았다.


최근 대전 한 대학교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채 발견된 40대 남성 살인 사건은 군대 선·후임이 채권·채무를 놓고 벌인 소송이 단초가 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8일 대전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긴급체포된 뒤 이날 오전까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A(38)씨는 오후 들어 차츰 심경변화를 일으켰다.


변호사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 A씨는 변호사가 동석한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서 결국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등 그동안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조여오는 수사진의 압박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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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두살 위인 B(40)씨를 군대에서 처음 만났다.


출신지가 대전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나이와 계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막역하게 지냈다. 제대 이후에도 사회에서 자주 만나면서 20여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왔다.


B씨는 A씨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그때 융통해줬다. 그 액수가 1억5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A씨를 신임했다.


이 채권채무 관계가 '슬픈 결말'의 빌미가 됐다.


A씨가 돈을 갚지 못한 것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서도 친분 때문에 참고 참던 B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하며 법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송사에 얽힌 이들의 관계는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반전됐고, 지난 3일 결국 A씨가 B씨를 살해하면서 끝이 났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대전 서구 모처에서 B씨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고 싶어서 B씨에게 합의서를 요구할 생각으로 만났지만 B씨는 빌려 간 돈을 먼저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것을 대비해 흉기 2자루와 마대자루 2개를 준비했다. A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4일 새벽 동이 틀 무렵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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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흉기를 나눠 가진 뒤 서로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휘두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며 "대화가 잘 안되다 보니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숨진 B씨의 시신을 마대자루에 넣은 뒤 B씨의 차량으로 옮겨 실었다. 그후 방학이라서 인적이 뜸한 유성구 한 대학교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 놓는 방법으로 유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부인할 당시 A씨가 진술을 하면서 이 대학 이름을 무심코 내뱉었다"며 "아무래도 지역 출신이라서 지리감도 있고 방학이라 인적이 뜸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유기 장소로 선택한 듯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9일 오후에 진행된다.


B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 45분께 유성구 한 대학교 주차장에 주차된 옵티마 승용차 뒷좌석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시신 상태로 발견됐다.


B씨는 배와 가슴을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차 안에서는 나프탈렌과 얼음, 흉기가 나왔다. 함께 발견된 1회용 장갑에서는 A씨의 지문이 검출됐다.


B씨는 지난 3일 오후 10시께 "A씨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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