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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의 노른자위 땅인 서울 삼성동 한국 전력 부지를 둘러싼 '쩐의 전쟁'에서 현대차그룹이 엄청난 금액을 배팅해 승리를 거뒀다.
현대차그룹은 감정가액(3조 3천억 원)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 원을 써내,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세계 완성차 5위 업체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신사옥을 짓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한전 터는 낙찰가만 시장 예상의 갑절인 10조 원을 넘어서,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배팅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터 입찰과 관련해 논란의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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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자의 저주? 현대차 주가폭락
승리의 기쁨도 잠시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이 입찰로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것이라 전망했다. 그 예상이 타당한 분석일까?
18일 오전 현대차의 주가는 무려 9.17% 폭락했다. '폭격을 맞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낙폭이었다. 기아차, 현대모비스등 현대차 3인방도 각각 주가가 7.80%, 7.89% 동반 하락했다.
땅을 판 한전의 주가가 약 6% 급등한 것에 비해 대조를 이뤘다. 폭락한 주가가 말해주듯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굳이 부동산 매입에만 그 정도의 돈을 투입할만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이는 금전적인 시너지는 아닌 만큼 판단이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공개적인 언급을 피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의 단기 주가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 '엎친데 덮친격' 현대차 파업
현대차는 현재 노조의 파업으로 자동차의 생산과 매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2일과 28일 2차례 부분파업과 함께 특근, 잔업을 거부했다. 지난 2일 진행된 20차 협상도 결렬돼 오는 19일에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회사는 노조의 2차례 파업으로 차량 1만 5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400억여 원의 매출 차질이 생긴 것으로 집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파업에 환율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파업에 따른 악영향도 상당한데 고작 부지 매입을 하면서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지난 협상까지 임금 9만 1000원 인상(호봉승급 분 포함), 성과금 300% + 500만 원, 품질목표 달성격려금 120%, 사업목표 달성장려금 300만 원 지급, 만 60세 정년 보장 등을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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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동차 가격의 인상 불가피?
낙찰가 10조 5천500억 원은 숫자 뒤에 늘어선 0이 무려 10개에 달하는 금액이다. 과연 이 돈은 얼마만 한 가치가 있을까?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쏘나타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2014년형 쏘나타 2.4 GDI 최고급형 트림인 익스클루시브(2천990만 원)를 35만 2천843대를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돈이다.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의 월간 평균 판매량은 9천16대다. 매월 최고급형으로만 9천16대씩 3년 3개월을 꼬박 판매해야 한전 부지 낙찰가를 채울 수 있다.
이 돈은 평균 연봉 9천400만 원(2013년 기준)을 받는 현대차 임직원 6만 3천99명의 약 2년치 총 급여이기도 하다.
10조 5천500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한다면 약 6년치(5.7배)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1조 8천490억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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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후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다 계열사를 아우르는 신사옥을 짓고,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독일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논란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라고 일축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현대차 가격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가 막대한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결국 소비자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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