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현대카드가 서울 이태원에 새롭게 문을 연 LP 레코드판 매장이 '골목상권 침해'로 영세업자들을 울리고 있어 논란이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회현지하쇼핑센터 상가에는 수십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가며 운영 중인 LP 레코드판 가게 입구에 '현대카드 사절'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종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이는 현대카드가 지난달 9일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바이닐 앤 플라스틱' LP 레코드판 매장에 대한 중고 LP 영세업자들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표시였다.
현대카드는 1만 2천여 장의 CD와 LP가 갖춰져 있어 아날로그 감성과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고 동시에 바로 구입할 수 있는 LP 레코드판 매장을 오픈했다.
문제는 대기업인 현대카드가 재즈와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어 LP 중고시장에까지 뛰어들면서 골목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카드의 'LP 레코드판 매장' 진출이 오너인 정태영 부회장의 남다른 LP 레코드판 사랑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사위로 오너 일가다.
정태영 부회장은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LP 레코드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평소 다양한 문화를 아낀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영세 상인들의 '밥그릇'까지 침범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현대카드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 연합회장은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현대카드가 공식적인 논의나 토론회 없이 갑자기 매장을 개점했다"며 "거대 자본이 소매상점을 침해했다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대책이나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 '밥그릇 싸움' 때문에 이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문화예술 분야를 자본 논리로 독점하려는 것은 문화 다양성을 훼손하는 대재앙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LP 레코드판 매장이 문을 연 이후 회현지하쇼핑센터 내 LP 레코드판 가게 일부는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거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현대카드는 뒤늦게 중고 LP 판매를 중단하고 현대카드 고객 대상으로 진행하던 할인폭을 20%에서 10%로 축소하는 방안을 영세업자들과의 '상생 대책'을 내놓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오해가 있다"며 "수익이 아닌 디지털 스트리밍에 편중된 음악시장에 다양성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방문자 90%가 음반을 구매하지 않고 그냥 둘러보고 간다"며 "현대카드로 음반을 구매하는 고객은 6% 채 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돈 버는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 활성화'를 이유로 야심차게 '바이닐 앤 플라스틱' LP 레코드판 매장을 오픈한 현대카드. 하지만 영세업자들은 생산과 유통, 판매 등이 사실상 독점되면서 문화 다양성이 오히려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 연합회장은 "'잘 팔리는 음악' 중심으로 운영돼 다양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문화를 지원하겠다'면서 모든 지분 소유와 독점권 행사가 어떻게 지원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전국음반소매상 연합회는 3일 현대카드 '바이닐 앤 플라스틱' 매장 앞 인도에서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방침이어서 양측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