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야산서 사경 헤매던 장애인 20시간만에 구조한 버스 기사

인사이트연합뉴스


전동 휠체어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매던 60대 지체 장애인이 산책하던 스쿨버스 기사에 의해 20시간 만에 구조돼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충남 보령 한 초등학교 스쿨버스 기사 이장우(57)씨는 지난 8일 오전 학생들을 태우고 보령시 성주면 석탄박물관으로 현장 체험을 나갔다.


이씨는 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하는 동안 근처 야산을 산책했다.


호젓하게 산책로를 걷던 중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이 들렸다.


들짐승 소리 같기도 하고 워낙 소리가 작아 잘못 들었나 싶어 그냥 가던 길을 가려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고 곧장 귀 기울여 신음이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씨는 산책로 옆 50㎝ 아래 배수로에서 나뒹구는 전동 휠체어 한 대를 발견했다.


사고가 있었음을 직감한 그는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휠체어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온몸이 피범벅인 채로 상처투성이인 60대 노인을 발견했다.


인사이트이장우씨 / 연합뉴스


노인은 돌무더기 사이에서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작은 신음만 내고 있었다.


발견이 조금만 늦었으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노인을 산책로로 끌어 올린 뒤 체온 유지를 위해 자신의 겉옷을 벗어 노인에게 입혔다.


그리고 119에 구조를 요청했고, 노인은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조사 결과 노인은 수년 전 뇌졸중으로 한쪽 팔과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마을 주민 현모(68)씨였다.


현씨는 전날 오후 4시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하던 중 돌에 걸려 산책로 옆 배수로로 굴러떨어졌다.


비장애인이라면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그는 휠체어 없이는 한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었다.


살겠다는 신념으로 한 손과 한 발을 이용해 배수로를 기어 내려가던 중 바위와 나무뿌리 등에 긁혀 온몸에 상처가 났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꼬박 하룻밤을 산에서 보냈고 결국 탈진했다.


현씨의 아내도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실종 신고조차 할 사람이 없었다.


이씨에 의해 20시간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것이다.


그의 선행은 학교 관계자에 의해 우연히 알려졌으며 교육청은 이씨에게 표창장 수여를 검토 중이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너무 위급해 보여 조치를 했을 뿐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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