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동 휠체어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매던 60대 지체 장애인이 산책하던 스쿨버스 기사에 의해 20시간 만에 구조돼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충남 보령 한 초등학교 스쿨버스 기사 이장우(57)씨는 지난 8일 오전 학생들을 태우고 보령시 성주면 석탄박물관으로 현장 체험을 나갔다.
이씨는 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하는 동안 근처 야산을 산책했다.
호젓하게 산책로를 걷던 중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이 들렸다.
들짐승 소리 같기도 하고 워낙 소리가 작아 잘못 들었나 싶어 그냥 가던 길을 가려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고 곧장 귀 기울여 신음이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씨는 산책로 옆 50㎝ 아래 배수로에서 나뒹구는 전동 휠체어 한 대를 발견했다.
사고가 있었음을 직감한 그는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휠체어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온몸이 피범벅인 채로 상처투성이인 60대 노인을 발견했다.
이장우씨 / 연합뉴스
노인은 돌무더기 사이에서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작은 신음만 내고 있었다.
발견이 조금만 늦었으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노인을 산책로로 끌어 올린 뒤 체온 유지를 위해 자신의 겉옷을 벗어 노인에게 입혔다.
그리고 119에 구조를 요청했고, 노인은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조사 결과 노인은 수년 전 뇌졸중으로 한쪽 팔과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마을 주민 현모(68)씨였다.
현씨는 전날 오후 4시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하던 중 돌에 걸려 산책로 옆 배수로로 굴러떨어졌다.
비장애인이라면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그는 휠체어 없이는 한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었다.
살겠다는 신념으로 한 손과 한 발을 이용해 배수로를 기어 내려가던 중 바위와 나무뿌리 등에 긁혀 온몸에 상처가 났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꼬박 하룻밤을 산에서 보냈고 결국 탈진했다.
현씨의 아내도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실종 신고조차 할 사람이 없었다.
이씨에 의해 20시간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것이다.
그의 선행은 학교 관계자에 의해 우연히 알려졌으며 교육청은 이씨에게 표창장 수여를 검토 중이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너무 위급해 보여 조치를 했을 뿐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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