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추락사한 에어컨 기사의 가방에서 나온 먹지 못한 도시락

인사이트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안전장비 하나 없이 홀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추락사한 기사의 차량에선 해진 도시락 가방이 남아있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직원인 진모씨(42)가 한 빌라 3층에서 실외 에어컨을 수리하는 도중 발코니 난간이 무너지면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진씨의 차량에는 해진 도시락 가방이 덩그러니 남아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진씨는 평소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 14시간씩 일을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작업처리 독촉문자를 받으며 시간에 쫓겨 업무에 전념했다.


인사이트Facebook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진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날마저도 사측의 실적 압박은 계속 됐다. 성북센터 측은 "금일 처리건이 매우 부진하다"며 "늦은시간까지 1건이라도 뺄 수 있는 건은 절대적으로 처리" 등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압박을 가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군의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김군의 가방에도 뜯지 않은 컵라면이 발견됐었다.


김모군의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누리꾼들은 "노동자가 언제쯤 사람인 세상이 오냐"며 공분을 표했다.


바쁜 업무에 치여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임금구조 등이 한 시라도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