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상의는 축구 유니폼을 입었지만 하의는 펑퍼짐한 '회색 추리닝'을 입는 특이한 축구 선수가 있다. 바로 헝가리 축구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전 골키퍼 가보르 키랄리(Gabor Kiraly)다.
1976년생으로 올해 40살인 가보르 키랄리는 이번 유로 2016에 참가하는 선수 중 최고령이다.
관록이 묻어나는 경기력으로 헝가리를 유로 본선 진출은 물론 16강 진출까지 이끈 가보르 키랄리는 실력에 더해 독특한 패션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골키퍼들이 반바지를 입는 것과 달리 늘 펑퍼짐한 '회색 추리닝'을 고집하는 가보르 키랄리는 한국 팬들 사이에선 '추리닝 아재'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가 회색 추리닝을 고집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다리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에 대해 가보르 키랄리는 "헝가리는 겨울이 되며 땅과 잔디가 언다. 훈련을 하다 다리를 다칠까 봐 긴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며 "너무 편해서 20년 동안 입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색깔 중 회색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1996년 있었던 경기에서 검은색 추리닝이 세탁 중이라 회색 추리닝을 입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우리 팀이 9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강등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그때부터 회색 추리닝을 행운의 부적으로 여겼다"고 과거 FIF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바지를 보는 것보다 자신이 경기에서 보여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가보르 키랄리는 오늘 새벽(한국 시간) 열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활약을 펼치며 헝가리를 조 1위로 유로 2016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추리닝 아재' 가보르 키랄리는 헤르타 베를린, 레버쿠젠, 1860 뮌헨, 애스턴 빌라 등 명문 클럽에서 뛴 헝가리 최고의 골키퍼다. 현재는 친정팀 좀바텔리 할라다스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