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감독들은 가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의 제한된 시야를 넓혀주려 한다.
권종관 감독 역시 두 가지 실화 사건을 담은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를 만들어 돈과 권력으로 조종이 가능한 세상의 일면을 보여주려 했다.
영화 안에 담긴 실화는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남제분사건'과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지에 대해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사건들이 영화화 하는 것을 어떨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놓친 부분을 일깨워줄 수 있지 않을까?
아래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미제 사건 6가지를 소개한다.
1. 부산 청 테이프 살인 사건
2008넌 5월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한 여성이 얼굴 전체가 청 테이프로 감겨진 채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어지럽혀진 집안 내부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 등을 보면 일반적인 강도 살인처럼 비춰졌지만 현장에 들어선 한 형사는 "증거들이 너무 부자연스럽다"며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형사는 남편인 박모씨가 피해자 앞으로 보험을 3개나 들었다는 점, 키우는 반려견들이 전혀 짖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정황상 범인은 남편이다"라고 했지만 중요한 단서가 될 살해 추정시간이 피해자 밑에 깔린 전기장판 때문에 알 수 없어지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피해자의 남편은 부인이 죽은 뒤 원양어선을 타고 해외로 나갔으며 범인은 지금까지도 검거되지 않았다.
범인이 만들어낸 지능적인 사건 현장과 신변을 파악할 수 없게끔 조작한 증거들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2. 서천 기동슈퍼 화재 미스터리
2008년 1월 충남 서천의 한마을 외곽에 있던 기동 슈퍼 주인 할머니가 실종된 뒤 가게가 불에 탄 사건을 말한다.
슈퍼가 불에 타기 이틀 전, 택배를 찾으러 온 주민은 "주인집 할머니가 가게 문을 평소보다 일찍 닫아 택배를 달라고 소리를 쳤는데 그로부터 10분 뒤 가게 불이 꺼지고 다음날부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기동슈퍼가 화염에 휩싸이고 '둘째 아들이 할머니를 죽였다'는 낙서가 나타나 수사에 혼전이 생겼지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 아들은 유력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됐다.
최초 목격자가 기동슈퍼에 불이 나기 2시간 전 가게 앞에서 하얀 승용차 한 대를 봤다고 말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으나 해당 사건은 용의자의 윤곽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미궁 속으로 빠졌다.
우발적인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과정과 후속 대처가 상당히 지능적이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3. 충북 영동 여고생 손목 절단 살인사건
2001년 3월 시내 한복판에 있는 향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8살 정모양이 인근 공사현장에서 손목이 절단된 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시멘트 포대에 가려진 채 발견된 정모양의 몸에는 성폭행의 흔적도, 금품이 사라진 흔적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두 손이 낫으로 잘려 있었다.
절단된 손목은 다음날 사건 현장에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하천 속에서 가지런하게 발견돼 당시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공사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목격자가 없어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4.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
2006년 당시 한 여성이 두 남성에게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납치미수 사건을 말한다.
신정역 부근을 지나가던 여성은 갑자기 다가와 커터칼로 위협하는 남성에게 붙잡혀 한 건물 반 지하에 갇히게 됐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순간 범인이 문을 열어놓고 잠시 화장실을 갔고 그 틈을 이용해 여성은 윗집 신발장 뒤에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여성은 신발장에 붙어있던 인기 캐릭터 엽기토끼 스티커 외에 것들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들은 "2005년 6월부터 6개월 간격으로 일어난 포대자루 연쇄 살인 사건과 연관 있어 보인다"며 "현재는 붙잡힐 것을 우려하여 범인들이 숨죽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해 범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5. 오창 맨홀 변사 사건
2010년 2월 공사대금을 받는다며 나간 토건업자가 맨홀 뚜껑 아래서 교수형을 당한 듯 목이 매달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오창읍 야산을 오르던 등산객은 돌이 얹어져 있는 돗자리를 보고 궁금증에 걷어봤는데 맨홀 뚜껑 아래에서 목매단 남성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목이 갑자기 매달리면서 목 내부 뼈가 부러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경찰은 최모씨의 마지막 행적이 발견된 편의점 CCTV를 보고 "동행자의 모습이라던지 범인을 유추할 단서가 없기 때문에 자살 쪽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6. 영등포 노들길 알몸 살인사건
2006년 영등포 노들길 배수로에서 20대 여성 진모씨가 손목이 감긴 채 알몸의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고등학교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신 뒤 한강을 보러 가자던 진모씨는 갑자기 혼자 있고 싶다며 홀연히 사라졌고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성폭행 흔적이 없는 깨끗한 몸이었지만 알몸으로 코와 음부에 휴지가 꽂힌 채 발견됐으며 사인은 경구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였다.
수사 결과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던 중 "아반떼 XD 차량 주인이 범인"이라는 목격자의 진술에 경찰이 DNA 검사를 했지만 허탕을 치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일부 전문가들이 해당 사건의 용의자가 엽기토끼 살인사건과 동일범으로 보인다고 말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