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슈퍼주니어의 리드보컬이자 뮤지컬 배우인 '규현'이 '모차르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관객에게 소리가 곧바로 전달되는 뮤지컬 특성상 무대에 선 배우에겐 풍부한 '성량'과 '발성'이 무척 중요하며, 연기력과 노래 실력도 당연히 출중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뮤지컬 관객들에게 인정 받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뮤지컬 관객들이 '모차르트'의 규현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면 꽤 좋은 실력을 보여준 듯하다.
특히 규현이 레드자켓과 청바지 패션으로 긴 머릿결을 휘날리며 등장했을 때 여성 관객들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천재성을 드러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규현)가 아버지 레오폴트(이정열, 윤영석)와 대주교(김준현, 민영기)에게 빼앗긴 자유를 쟁취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볼프강은 자신을 '아들'이 아닌 '천재'로 대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한다. 그리고 권력으로 자신을 옭아매려는 대주교에게서 '자유'를 쟁취하려고 몸부림 친다.
하지만 '자유'는 볼프강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지만 대주교와 소수의 귀족들을 위해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볼프강은 결국 자유를 선택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신을 돌봐주던 아버지를 떠나 자유를 가졌는데도,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함께 사랑을 키워온 여인 콘스탄체(김소향, 난아)와도 행복한 삶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자신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베버(정영주) 가족에게 치욕을 당해 힘든 시기를 겪던 볼프강은 아버지의 사망소식까지 들으면서 절망에 빠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을 옭아매려는 대주교가 찾아오지만, 볼프강은 끝끝내 자신의 자유를 지켜낸다.
다소 무겁고 슬픈 느낌의 내용이어서 풍부한 표현력이 필요한 뮤지컬이다. 전문 배우가 아닌 규현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규현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흐름을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해 극을 훌륭히 풀어낸다.
특히 극 중간 중간 선보이는 능글맞은 표정과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마치 '친구'처럼 다가온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역사책에서 보던 천재 음악가 '볼프강'과의 거리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규현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그만큼 규현은 '뛰어난 뮤지컬 배우'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규현은 자신의 장점이 노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는 1막 초반 '나는 나는 음악'(Ich bin ich bin Musik)을 부르는 부분에서 나타난다.
1막 마지막과 2막 피날레에서 터져 나오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Wi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를 부를 때는 아이돌 가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온전한 '뮤지컬 배우'의 위엄이 묻어난다.
특히 2막 절정에서 손수 자신의 심장을 찌를 때 '규현'은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완전한 배우의 연기를 보여준 규현은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가졌을 '의문부호'를 완전히 떼어버렸다.
또한 다른 조연 배우들의 합창, 아버지·대주교와 대립하는 장면은 무대에서 절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서로 간의 카리스마가 잔뜩 묻어나오는 장면으로 꼽고 싶다.
규현의 연기와 주연급 못지않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앙상블을 이룬 뮤지컬 '모차르트'는 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한편 주인공인 '볼프강' 역에는 배우 전동석과 이지훈이 트리플 캐스팅됐으며, 배우 김소현이 볼프강을 도와주는 남작부인에 캐스팅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