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우리집 근처 출구는 2만원 더?" 지역마다 다른 흡연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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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금연 분위기 확산에 힘입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금연구역을 늘리고 있지만 과태료 액수와 금연구역 등이 지자체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


15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2012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광역·기초단체가 조례로 금연구역을 정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된 이후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은 법이 정한 금연구역인 음식점, PC방, 병원 등 외에도 공원, 학교정화구역, 버스정류장, 택시정류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속속 추가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달 경인선, 수인선, 인천지하철 1호선, 공항철도 등 인천 전체 62개 전철역의 211개 출입구 10m 이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7월 1일부터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해당 자치구 조례가 정한 3만원 또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증진법이 정한 금연구역 이외에 지자체가 추가한 금연구역이 지역마다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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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천에서도 부평구와 강화군에서는 가스충전소가 금연구역이지만 다른 8개 구·군에서는 아니다.


광장은 남구, 중구, 계양구에서만 금연구역이고 어린이집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정한 지역은 인천 10개 구·군 중 강화군이 유일하다.


위반자가 내야하는 과태료 액수는 전적으로 운에 달린 셈이다.


조례로 정한 금연구역은 적발 장소가 있는 지자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3만원·5만원·10만원이고, 법이 정한 금연구역은 지역과 무관하게 10만원이다.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역 입구 10m 이내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9월부터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서울 종로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95곳 출입구 주변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9월부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충북 영동군은 학교 출입문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정했는데 11월부터 3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계획이다.


아파트 공동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한 경기도에서는 올해 용인시와 화성시의 아파트 3개 단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과태료를 10만원으로 정했다.


지자체에 따른 과태료 차이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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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파로 북적대는 인천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은 1번 출구 10m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연수구 조례에 따라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남구에 속한 문학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단속되면 3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문학경기장 야구장, 축구장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자들은 지자체가 금연구역을 마음대로 정하고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인천 시내 금연구역에서 부과된 흡연 과태료는 첫 해인 2012년 45만원(9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 1천398만원(61건), 2014년 9천815만원(922건), 2015년 1억4천492만원(1천562건), 올해 1∼5월 1억2천418만원(1천224건)으로 급증했다.


회사원 강모(35)씨는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자는 법과 조례 취지는 공감하나 금연구역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많고 똑같은 금연구역 내 흡연에 대해 과태료가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다른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인력과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금연구역 표지판이나 현판 등을 충분히 설치하기에는 사업 예산이 부족하고 민간시설의 경우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업주도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천시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올해 2월 10개 구·군 회의를 열어 조례로 추가한 금연구역 대상을 최대한 통일해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치권을 가진 구·군에 조례 개정을 강요할 수 없어 같은 광역시 안에서도 금연구역을 똑같이 맞추기가 어렵다"면서 "인천 시내에 6만5천개가 넘는 금연구역을 60여명의 지도원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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