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초·중·고교 화장실에 휴지나 옷걸이, 소지품 선반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학교 화장실 설치·관리 기준은 위생용품 비치와 같은 세부 내용이 없어 학교별로 관리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1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전체 504개 초·중·고교의 학생 화장실을 조사한 결과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지 않은 학교가 고등학교 11곳, 중학교 10곳, 초등학교 2곳 등 총 23곳에 달했다.
화장실에 휴지를 놓은 481개 학교 중에서도 칸마다 비치한 곳은 64개 학교(12.6%)뿐이고 417개 학교는 화장실 벽 등에 함께 쓰도록 휴지를 하나만 걸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화장실에 비누가 없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1곳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 화장실에 옷걸이와 소지품 선반이 설치된 학교의 비율은 각각 77.3%, 23.4%에 그쳤다.
학생 화장실에 휴지를 놓지 않은 학교들은 교육청에 "휴지를 뭉쳐서 장난치는 학생이 많아 낭비가 심하다", "휴지를 불필요하게 많이 써 변기가 자주 막히는 탓에 각자 준비하게 했다" 등의 해명을 했다.
일선 학교 화장실에 재래식 좌변기(화변기)가 여전히 많은 점도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인천 전체 학교의 학생 화장실에 일반 가정에서 주로 쓰는 서양식 좌변기가 설치된 비율은 남자화장실은 63.4%, 여자화장실은 62.4%에 머물고 있다.
쪼그려 앉아야 하는 재래식 좌변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귀가 때까지 용변을 참는 등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일부 학생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집에 갔다 오는 일도 적지 않다.
부평구의 한 초등학생 부모는 "평소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재래식 좌변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서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 복통과 변비를 호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직원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학교는 320곳(63.4%)으로 학생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학교 72곳(14.2%)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들 학교는 자체 예산을 들여 교직원 화장실에 각각 1∼34대의 비데를 설치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의 근무여건보다 학생의 교육여건에 덜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생리현상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당국이 교육의 질과 학생인권을 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매년 천문학적인 교육예산을 쏟아붓고도 고속도로나 공원 화장실보다 못한 화장실을 써야 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시급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낡은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선하는 사업에 시·도별로 해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31개 학교 화장실을 전면 보수하는데 13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13개 학교에 화장실 개선사업비로 학교당 1억6천만∼9억원씩 총 65억여원을 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화장실에 휴지와 비누를 놓지 않은 학교들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비치하도록 조치했다"면서 "앞으로 화장실 개선사업과 평상시 관리에서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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