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8일(토)

美 해군 최초 '여성장교'였던 딸에게 아버지가 남긴 말


(좌) 안수산 여사 여성 장교 시절, (우) 생전 안수산 여사의 모습 / 연합뉴스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이자 미 해군 역사상 최초 여성장교였던 안수산 여사의 업적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1915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안수산 여사는 1942년 미 해군에 입대해 해군 역사상 첫 여성장교로 복무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교 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했지만 재도전 끝에 해군에 입대한 안 여사는 키 작은 동양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첫 여성 포격술 장교로 근무했다.

 

처음에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암호해독 활동에서 배제돼 차별을 받았으나 결국 진정성과 용기를 인정받아 암호해독가로 임용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 분석요원이 되어 1960년 퇴직할 무렵에는 300명 이상의 요원을 진두지휘하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안 여사는 해군 정보장교로 재직할 때 사귄 아일랜드계 미국인 프랜시스 커디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당시 '인종 간 결혼 금지법'이 있었음에도 안 여사는 꿋꿋했다.

 

지난 2014년 KTLA와의 인터뷰에서 안 여사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며 "무슨 일이든, 어디에서건 절대 겁을 낸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좌) 안수산 여사, (우) 도산 안창호 선생 / 연합뉴스

 

은퇴 후 한국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한 안 여사는 미국 교민사회에서 동포 신문인 신한민보, 흥사단, 3·1 여성동지회 등의 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LA카운티에서는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또 타임지가 선정한 '이름 없는 여성 영웅'에도 포함돼 주목 받았다.

 

안 여사가 미국에 살면서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았던 것은 "훌륭한 미국인이 돼라. 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당부 때문이었다.

 

아버지인 안창호 선생의 영향으로 안 여사는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레 애국심을 키우며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였다.

 

1960~1970년대 도산공원 건립계획이 진행되면서 안 여사는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소장하고 있던 도산 관련 자료들을 기증해 조국의 독립기념 사업을 돕기도 했다.

 

이렇듯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한 안 여사는 지난 2015년 6월 25일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 여사의 아들 필립 커디는 "어머니는 여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뛰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