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실물로 재현했는데, 빗물이 줄줄 샌다"
전라좌수영 본영인 전남 여수시가 무려 26억원을 들여 실물과 같은 크기로 제작한 거북선에 비만 오면 비가 줄줄 새면서 부실제작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여수시에 따르면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복원하고자 2009년 11월 국비 13억400만원을 포함해 모두 26억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거북선 제작에 나섰다.
실제 원형을 살리고자 거북선 고증조사와 기본계획 학술용역을 거쳐 ㈜청해진선박연구소에 의뢰해 2014년 2월 전체 길이 35.3m, 선체길이 26.24m, 폭 10.62m, 177t 규모로 실물 크기의 거북선을 제작했다.
2층 구조로 용머리, 판옥선, 양쪽 각 8자루의 노, 좌우 각 6개의 포혈 등을 갖추고 있다.
거북선의 내부에는 무기류 318개, 인물 모형 30개, 체험복 4벌, 퍼즐 2식, 탁본 1식, 안내판 4개, 선실 디오라마 8개소 등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여수시는 제작을 마친 2014년 3월부터 중앙동 이순신광장에 거북선을 전시하고 연중 무휴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797명, 주말 최대 7천200여명 등 연간 29만1천여명이 관람할 만큼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제작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거북선 내부 곳곳에서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새고 있어 부실제작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과 시민에 따르면 전시 초기부터 물이 새는 흔적이 발견됐으며 최근 들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등 새는 양이 많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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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은 지난달 하순 많은 비가 내렸을 때는 거북선 2층 내부 곳곳의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거나 벽을 타고 흘러내리려 바닥이 흥건히 젖었다고 말했다.
특히 물이 떨어지는 곳에 양동이를 비치해 빗물을 받아내는 모습에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수군들의 숙소인 지하에서도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거북선의 천장과 벽면 등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여수시는 최근 이처럼 부실제작 논란이 일자 긴급 복구비 1천300여만원을 확보하고 도장업체를 선정해 오는 22일까지 긴급 정비공사에 들어갔다.
애초에 여수시는 이 거북선을 건조해 이순신광장 앞바다에 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수해양지방수산청이 기존의 어선을 인근 국동항으로 이전하거나 신북항 준공 후 유휴 공간이 발생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육상인 현재의 이순신광장에 전시하고 있다.
만약 제작과 함께 바다에 띄웠다면 바닷물 유입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임진왜란 당시보다 현재의 배 건조 기술이 훨씬 발전했을 텐데도 이처럼 빗물이 샌다는 것은 부실시공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육상에 전시할 거북선에 26억원을 투입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실패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실제와 같이 창문과 포혈을 만드는 등 원형 복원을 하다 보니 나무가 마르면서 틈이 생겨 누수 현상이 생긴 것 같다"며 "누수를 막기 위한 도장 등 긴급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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