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최저임금 '1만원 vs 6천30원' 협상 돌입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세계적인 최저임금 인상 열풍에 동참해 1만원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에 맞서, 경영계는 구조조정 등 어려운 기업 사정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과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등을 놓고도 양측의 격돌이 예상된다.

 

◇ "최저임금 대폭 올리면 내수 살아나" vs "기업들, 경영난에 일자리 더 줄일 것"

 

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2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시한은 이달 28일까지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 5천580원에서 450원(8.1%) 오른 6천30원이다. 월급으로는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2007년 12.3%였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둔화와 함께 8.3%(2008년), 6.1%(2009년)에 이어 2.8%(2010년)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계소득 위축으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최저임금 인상률은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 8.1%(2016년)로 매년 인상폭이 커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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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을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 김준영 대변인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올려 내수 부양을 꾀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최저임금을 잇따라 인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12달러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시간당 6.7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7.2파운드, 2020년에는 9파운드(1만 5천원)까지 올린다. 러시아도 7월부터 최저임금을 20% 가까이 인상한다. 일본은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1천엔(1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영계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지금도 지나치게 올라간 최저임금 탓에 아파트 경비원을 무인 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기획본부장은 "조선 구조조정 등으로 하청·협력업체가 속속 쓰러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올리면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극에 달한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을 생각해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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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이번 총선에서 내놓았다.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이 된 만큼 야권이 최저임금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가구 생계비'로 최저임금 정해야" vs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화해야"

 

올해 협상에서는 내년도 인상률 외에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가 2∼3인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 때 '가구 생계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최저임금은 미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반영해 결정한다. 가구 생계비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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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 상당수 지방자치단체 소속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점 ▲ 지난해 최저임금 시급·월급 병기를 결정했음에도 월급 병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 등도 협상에서 지적할 방침이다.

 

한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2%에 달할 정도로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 준수 감독을 소홀히 하는 고용부에도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상여금, 숙박비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근로자가 기본급 120만원에 상여금 20만원을 합쳐 월 140만원을 받더라도, 기본급이 최저임금(월 126만원)에 못 미쳐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된 최저임금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기로 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각 업종 간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업종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최저임금 부담이 큰 업종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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