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인 12시가 되길 기다리는 현대차 직원들 / (좌) 연합뉴스, (우) Gettyimagesbank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50분께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005380] 사옥 1층 로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50~60명의 직원이 엘리베이터와 사원증을 갖다 대야 통과할 수 있는 출입구 사이의 좁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 곳에 10분 정도 갇혀 있던 직원들은 시계가 낮 12시 정각을 알리자 출발 신호를 들은 경주마처럼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는 양재사옥에서 점심때만 되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근무 기강 확립 차원에서 점심시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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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상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1시까지이지만 전에는 약간 일찍 나가는 것이 용인됐다. 양재사옥에 근무하는 수천 명이 일시에 엘리베이터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려면 매우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다.
사옥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이 오전 11시50분께 출입문을 나서는 방문객에게 "직원이십니까"라고 확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단 1분이라도 아까운 직원들은 불만이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다.
출입구에 사원증을 찍을 때마다 드나든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낮 12시 전에 나가거나 1시 이후에 사무실 자리에 앉으면 인사팀으로부터 '경고' 이메일이 날아온다.
점심시간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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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김밥과 샌드위치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판매하는 카페는 오전 7시50분부터 오전 9시까지 불을 끄고 판매를 중단한다. 공식 출근 시간인 오전 8시 이후 이용을 막자는 취지로 로비에는 "양재사옥 기초질서 확립 및 사업시간 준수 목적으로 잠시 휴장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대차와 같은 건물을 이용하는 계열사 직원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현대제철[004020]은 점심시간을 어긴다고 이메일을 보내지는 않지만, 회사 측에서 구두로 점심시간을 지켜달라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주요 대기업은 점심시간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 통제가 비록 규정대로 하는 것이지만 직원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중요한 글로벌 자동차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다 보니 점심시간에 어느정도 자율성이 있으며, LG전자와 한화그룹도 점심시간은 1시간이 규정이지만 부서별, 계열사별로 상황에 따라 앞뒤로 30분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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