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선생님 때리는 학생 가만 안둔다"…심하면 형사고발


연합뉴스

 

전국 시도교육청이 '선생님 지키기'에 나섰다.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 행위가 위험 수준에 이르러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잘못을 나무랐다가 욕을 먹거나 뺨을 맞는 경우가 있다. 학부모들도 찾아와 폭언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1만3천29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실제로는 훨씬 많다. 학교 측이 쉬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등 스승을 존경하는 표현은 옛말이 됐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교권 침해 행위가 심각하면 형사고발키로 했다.

 

◇ "교권 침해 땐 매뉴얼대로"…사안 중대하면 형사고발 조치

 

시·도 교육청들은 명칭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내용의 교권 보호 매뉴얼을 강화, 교사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매뉴얼은 교권 침해 개념·유형, 사안별 대응 방안, 질의·응답, 침해 교사의 심리적 안정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학부모는 사법처리될 수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교권 보호방안을 마련했다. 교권 침해 학생은 엄정히 처리하며 학부모에 의한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사과받거나 고발 조치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주교육청은 교무실에 찾아와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학부모를 최근에 고발했다.

 

서울교육청은 부당한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상근 변호사, 장학사, 전문상담사로 이뤄진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긴급지원팀'을 꾸려 해당 학교를 방문 조사하기로 했다. 

 

사안이 심각하면 피해 교사를 격리한 뒤 상담·심리치료를 제공하고,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라고 판단되면 교권전담변호사를 통해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고려하기로 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도 서울교육청과 비슷한 법률 자문단을 운영한다. 주요 역할은 법률 자문과 상담·심리치료 등이다.

 

강원교육청은 교권보호헌장도 만들었다. 

 

김은숙 강원교육청 교권지원 담당은 "교사들이 법률문제를 몰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폭행, 폭언, 성희롱, 수업진행 방해에 대처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들은 또 교권보호위원회나 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해 교권 침해 문제에 맞닥뜨린 교원들을 돕거나 이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전문 병원과 연계하고 있다. 

 

광주교육청은 학생인권 조례와 교권 조례를 만들어 인권과 교권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교육공동체 헌장 제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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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장, 교권 침해 외면 못한다…"즉시 보호조치 취해야" 

 

외부로 알려질 경우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 학교 측이 쉬쉬한 것도 교권 침해가 만연해진 원인이기도 하다. 

 

오는 8월부터 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8월 4일부터 일선 학교장은 학생 또는 학부모가 교육활동 중인 교원을 폭행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알게 되면 즉시 피해 교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치유, 교권 회복 등 보호조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하되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면 안된다.

 

교육청들은 정신적 피해 치유 지원을 위해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을 교원치유지원센터로 지정할 수 있다.

 

학교장은 가해 학생의 경우 보호자가 참여한 가운데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사 폭행 등 중대한 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권 침해 학생은 특별 교육, 교내 봉사, 사회봉사, 출석 정지, 퇴학 등 징계를 받는다. 강제 전학 조치는 없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강제로 전학시킬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교사들이 더 의욕적으로 학생 생활지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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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신 힐링'으로 자존감 회복…갖가지 힐링 프로그램 운영

 

시·도교육청들은 사기가 떨어진 교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에도 신경을 쏟는다.

 

이들 교육청은 교권 침해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교사들은 물론 일반 교사들을 상대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전교육청은 심리상담을 전담하는 에듀 힐링센터를 개소했다. 대구교육청은 템플스테이, 서원스테이 등 41개 과정의 에듀 힐링 교원 연수를 벌인다.

 

충북교육청도 템플스테이, '마음 쉼' 명상, 학교로 찾아가는 교사 공감교실 등 '치유와 성장을 위한 행복여행'이라는 이름의 힐링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연말까지 8회에 걸쳐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열리는 템플스테이는 지난 20일 1기생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작됐다.

 

경남교육청은 여름방학 때 '맘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교권 침해 교사 5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연수를 한다.

 

전남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사제동행 동아리 활동을 15개교에서 추진한다. 심신이 피곤한 교사들이 쉬면서 재충전하도록 여름에는 힐링캠프를 연다.

 

사기 진작책도 다채롭게 시행된다.

 

서울교육청은 학생, 학부모가 우수 교원을 추천해 포상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또 교사 전문성 계발과 재충전을 위해 연구년제 대상을 현재 40여명에서 내년부터 100명으로 대폭 늘린다.

 

충북교육청은 '이달의 스승' 선정, 사제동행 동아리 활동 지원, '내 마음의 선생님' 공모 사업 등을 벌인다. 제주교육청은 교권 보호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고, 부산교육청은 교원 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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