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리얼극장 행복'
[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물려 잠정적으로 방송 출연을 중단한 개그우먼이 있다. 바로 2000년대 초반 인지도를 쌓으며 활발한 활동을 했던 정정아 씨다.
지난 24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 행복'에는 정정아 씨와 아버지 정대근 씨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 사이에는 '아나콘다 사건' 이후 11년 간 묵혀왔던 가슴 속 앙금이 있었다.
지난 2005년 개그우먼 정정아는 KBS '도전!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브라질을 찾았다가 아나콘다에 팔을 물려 서둘러 귀국했다.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9년간 이어왔던 당시 최장수 프로그램 '도전!지구탐험대'를 폐지에 이르게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정정아는 '프로그램을 없앤 장본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방송 관계자와 누리꾼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정정아의 아버지 정대근 씨는 딸을 호되게 꾸짖으며 몰아세웠다.
정정아는 "아버지가 그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꾸리는데 네가 없애냐, 당장 가서 빌라고 했다.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만 날 비난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정정아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급기야 지하철역에서 노점상을 했던 충격 고백도 털어놓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정정아 씨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더해 갔다. 이들의 이번 중국 여행 또한 순탄하지는 않았다.
여행 도중 정정아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사과하라고 하냐"며 "가뜩이나 그 일로 답답하고 힘든건 난데 아빠가 왜 더 힘들게 하냐"고 아버지에게 울분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부모로서 딸이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기를 바랐고, 또 그녀가 일궈온 방송 경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방송 말미에 아버지는 "너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서 그랬다"며 그간 미안했던 감정을 털어놓았다.
정정아 역시 "무서운 아빠를 눈치보며 바라보던 것 말고 진짜 아빠 얼굴이 보고 싶었다"며 오열했다.
이들 부녀는 마침내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서로간의 원망과 편견을 씻어냈다.
EBS '리얼극장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