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북한 1% 부유층, 평양서 맨해튼 같은 호화생활"


연합뉴스

 

북한에도 1% 부유층이 있으며 이들은 수도 평양에서 마치 뉴욕 맨해튼과 같은 삶을 누려 이들이 사는 세계는 '평해튼'(Pyonghattan)이라 부를 만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평양발로 보도했다.

 

최근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한 WP 기자들은 평양 주체탑 근처 독일식 레스토랑에 갔을 때 메뉴판에서 구운 감자와 같이 나오는 프라임 스테이크의 가격이 48달러(약 5만6천원)인 것을 봤다.

 

또 려명단지에는 스시바와 바비큐 식당이 있었고 주민들이 무리지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이곳 여종업원은 WP 취재진에 1인분에 50달러나 하는 쇠고기를 평양 소주와 함께 추천했다.

 

18개월 전만 해도 평양에서 이런 삶을 누렸다는 탈북자 이서현(24·여) 씨는 WP에 "북한에서는 옷을 보수적으로 입기 때문에 헬스클럽같은 곳에 가 몸매 자랑하는 걸 좋아한다"며 여성들은 레깅스와 꼭 끼는 타이트 톱을 입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는 엘르이고 남자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씨의 오빠 현승(30) 씨는 보통 '평해튼'에서는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브랜드가 인기라고 전했다.

 


 

젊은이들은 중국에 갈 때 운동할 때 입는 브랜드 제품을 사려고 목록까지 만들어간다고 한다.

 

평양 중심부에는 볼링장 옆에 레저 단지가 있고, 여기서는 러닝머신에서 달리면서 디즈니 만화를 모니터로 보거나 요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당 500달러의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는 호화 레스토랑과 아이스모카를 9달러에 파는 커피숍도 보인다.

 

영국인으로 북한에 금융교육 교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은 "거기는 멋진 장소다. 거기 있으면 세계 여느 나라에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싸진 않고 돈깨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평양에서도 공식 급여는 월 10달러가 채 안 되지만 최근 수년 간 상인 계층이 평양에서 신흥 부유층을 형성했다.

 

'돈주'(돈의 주인)로 불리는 이들은 시장 경제로 가는 잠정적 조치들과 함께 15년 전에 출현했으나 지난 2011년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서 계기를 잡았다. 

 


 

돈주는 보통 정부 부처나 군부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해외에서 국유기업을 운영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평면 TV와 아파트같이 자신들이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거래한다.

 

이들이 굴리는 돈이 사회 전체로 흘러들어 장마당에서 평양 고급 레스토랑까지 스며든다.

 

평양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국민대)는 "김정은은 매우 시장 친화적이다. 그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시장에) 선의적 방관"이라고 설명했다.

 

평양의 한 외국인은 "김일성·김정은 배지만 안 달고 있다면 그들도 한국 사람과 같다"며 "그들은 한 끼에 10~15유로(약 1만3천원~2만원)하는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는 벌이가 아직 시원찮다고 해도 택시회사가 대여섯 곳 영업 중이고, 한 기자는 몇몇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WP는 전했다.

 


 

여성들은 김정은의 부인으로 패션 감각이 있다는 리설주를 본떴는지 좀 더 밝고 유행을 타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북한인 2천500만 명 가운데 300만 명 정도가 아리랑 스마트폰 등 핸드폰을 갖고 있어 가족에 대해 물어보면 핸드폰을 휙 꺼내 사진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성형 수술도 평양에 상륙해 쌍꺼풀 수술과 코높이 수술은 기본이다. 쌍꺼풀 수술은 의사의 실력에 따라 50∼200달러를 호가한다.

 

평양 중심 김일성광장 부근 창전단지에서 미래과학자거리까지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멀리서 보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지은 지 1년도 안 돼 타일이 떨어져 가고 전기 공급이 잘 안 돼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저층 호수다.

 

WP는 "이 모든 것이 진실을 숨기기 위한 겉치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가난은 더 이상 공평히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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