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인천공항서 근무하는 사람의 86%가 비정규직

ⓒ연합뉴스

 

고용 불안정·임금 차별 심각…기관 비용절감 효과도 미미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닌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4년새 20% 가까이 늘려 6만여명 넘게 쓰고 있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5만여명 중 6만5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공공기관들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꼼수'를 쓰고 있어 정부 방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많은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7천220명 중 비정규직은 6천180명(85.6%)에 이른다.

 

이들 비정규직 중 99.5%인 6천149명은 인천공항이 외주업체를 통해 쓰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는 직접 고용 비정규직은 31명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10명 중 9명 기량이 비정규직이지만, 이들 중 정부 방침에 따른 전환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차별도 심각하다. 연봉으로 계산해보면 급여와 성과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정규직은 평균 총 6천604만원을 받지만, 급여만 받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1.8%인 3천420만원을 받는다. 

 

인천공항 측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이유는 '공항 경쟁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공항 관계자는 "공항공사는 핵심 역량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 업무는 전문성 있는 협력업체를 참여시켜 공항 경쟁력을 살리고 있다"며 "비용도 절감되고, 기관이 지나치게 비대한 것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설비 유지·관리, 경비·보안 등 공항의 주요 업무를 고용이 불안정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상당부분 맡기고 있어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지상 1층과 지상 2·3·4층은 각각 서로 다른 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원들이 보안·경비를 담당하고 있어 긴급상황 발생시 대응에 혼선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 6천명은 소방, 폭발물 처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 현재의 열악한 처우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도 실질적으로는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소속된 외주업체에 이윤이 돌아가는 구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인천공항공사 외주업체 42곳의 이윤을 분석해보니 매출에서 인건비, 관리·운영비용 등 비용을 제외한 이익의 비율이 평균 30.5%였으며, 이익률이 최대 73%에 이르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주업체에 돌아가는 이윤과 관리·운영비를 절약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정책의 재정적 영향' 보고서에서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간접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전원을 직접 고용 형태로 정규직화하면 연간 1천689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공공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인 '경영평가'의 기준에는 관련 항목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공공기관 중 하나인데도 최근 2년간 경영평가에서 성과급 지급 대상 등급인 A와 C를 받았다.

 

변재일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의 희생으로 지탱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고용 안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경영평가 항목에 관련 기준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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