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영국 옥시 본사에 항의 방문한 김덕종 씨, (우)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RB) 회장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옥시 영국 본사 회장이 본사를 방문한 피해자에게 원론적인 수준의 사과를 5분 만에 전하고 자리를 나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옥시레킷벤키저(RB) 본사에서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 씨와 만남을 갖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카푸어 회장은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중 하나가 폐 손상과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안과 관련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등으로 구성된 항의 방문단은 옥시 영국 본사 연례 주주총회장을 찾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카푸어 히장은 주주들 앞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어 6일 김덕종씨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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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면담은 단 5분 간 이뤄졌고 카푸어 회장은 전날 발표한 사과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유감을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이 일어난지 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번에 한국에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난 뒤 피해자들이 영국까지 방문하자 겨우 원론적인 수준의 사과문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항의방문단은 옥시 회장의 사과를 진정한 의미의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푸어 회장과 김덕종 씨의 면담 자리에 함께 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우리를 만나기 위해 많은 약속을 취소했다. 대단하지 않냐는 제스쳐를 취하며 나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김덕종 씨는 한국에 방문해 모든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카푸어 회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