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4년 11월 세종시 연서면의 한 주택에서 주인이 없는 사이 불이 났다.
'옆집에서 연기가 솟아오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가 현장을 살펴보니 방 안에서 라텍스 매트리스가 타면서 연기를 내고 있었다.
홀라당 타버린 매트리스 주변에서는 불을 낼 만한 물질이 보이지 않았다.
통상 침대·매트리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전기장판의 과열·합선으로 불이 난 후 매트리스나 이불로 옮겨붙는다.
그러나 현장에는 전기장판이 없었다. 바닥에 설치된 전기온돌 패널의 온도조절장치는 '0℃'에 맞춰져 있었다.
더구나 거주자는 불이 나기 전날 집을 비우면서 누전차단기를 작동시켜 전기온돌 패널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전열이 끊어진 지 최소 26시간이 지난 온돌패널 위 매트리스에서 저절로 불이 난 것이다.
현장을 살펴본 세종시소방본부 조치원소방서 화재조사팀은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이 화재를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의 '자연발화'라고 결론 내렸다.
자연발화란 외부가 어느 정도 데워져 적정조건이 형성되면 물체 내부에서 산화반응으로 열이 생겨 발화점까지 온도가 올라가 불이 나는 현상을 말한다.
화재조사팀은 국내외 문헌을 검색해 해외에서는 천연 라텍스가 자연발화성 물질로 분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수행한 백성환 소방위는 6일 "지금까지 국내에선 천연 라텍스의 자연발화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하지만 해외 정부기관은 천연 라텍스나 천연 라텍스폼 소재의 화재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안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천연 라텍스폼은 자연발화성 3단계 중 중간수준의 위험한 물질로 분류된다.
실제 연구팀이 천연라텍스 베개를 전기온돌 패널 위에 접촉시켜 방치하는 실험을 한 결과 자연발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온돌 문화인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의 자연발화 위험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세종시 사례에 등장한 것처럼 온돌 또는 전기온돌 패널을 설치한 바닥에 천연라텍스 매트리스를 접촉한 채로 사용한다면, 연속 난방을 하는 겨울철에는 자연발화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침대 위에 놓고 쓰면 더 안전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한다면 과열이나 합선이 없어도 불이 날 위험이 있다고 백 소방위는 설명했다.
백 소방위는 "최근 몇 년 새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 인기가 높지만, 화재 위험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제조·판매업체가 천연 라텍스의 자연발화성을 충분히 알리고, 소비자도 이를 인식해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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