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교육부가 대학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줄이고 공학 분야를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프라임' 사업을 확정하자 당장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입 전문가들은 일반계 고교 문과 수험생들의 입시 문턱이 높아지고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 출신 수험생들이 다소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프라임 사업 확정으로 당장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정원이 늘어나는 학과들은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해주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3일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사업에 참여할 21개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 청년 실업률 증가, 분야별 인력 미스매치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체질 개선을 한다는 취지로,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이 급작스럽게 학과 정원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과 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임 사업 대상에 선정된 전국 21개 대학은 학과개편 등으로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계 정원을 4천429명 줄이는 대신 공학계열 정원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 일부 대학은 통폐합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학과도 있다.
이들 대학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진행되는 2017학년도 대입전형에서부터 달라진 학과와 정원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따라서 목표 학교와 학과를 정해 공부하던 수험생들의 진로 재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 강북의 일반계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수험생을 둔 학부모 박모(49)씨는 "반에서 중상위권 수준인 아이가 서울 시내 대학 인문사회계열을 노리고 있는데, 정원이 갑자기 감소한다고 해서 불안하다"며 "당장 이공계열로 진로를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입시업체들도 문과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지고 이공계열 수험생들의 대입 문턱이 조금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서울에서도 강남의 고교들과 자사고, 특목고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해 이과를 늘리고 문과를 줄이는 등의 대비를 착실히 해왔는데, 강북이나 지방 일반계 고교들의 문과 학생들이 당장 이번 입시부터 좁은 입시문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금도 문과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취업문도 이과 출신에 비해 더 좁은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당분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라임 사업 확정으로 서울의 여대 진학을 희망하는 문과 수험생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 중에 서울의 대표적인 여자대학인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의 이만기 평가이사는 "이들 여대를 준비하던 문과 수험생들에게는 불리해질 수 있지만, 이공계를 준비하는 여학생들은 반대로 유리해질 수 있다. 신설되거나 정원이 늘어나는 이공계 학과들은 문·이과 교차지원을 대폭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을 확정하면서 2017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수험생들은 무방비로 당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묻지마 이과' 선택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진학과 취업에 유리한 쪽으로만 진로를 성급하게 준비했다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으므로 진학지도를 강화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최근 3년간 대입 반수생이 늘어나는 추세의 배경 중 하나가 바로 '묻지마 이과' 선택 분위기 때문"이라며 "진학과 취업에 대한 강박에 무턱대고 이공계로 진학했다가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런 부작용이 더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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