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해안가 흉물 철조망 사라져 사진찍기 좋아진다

연합뉴스

 

북한과 가까운 전국 바닷가와 강가를 가로막은 '군(軍) 경계 철책'이 광범위하게 사라지고 있다.

 

1953년 휴전 이후 반세기 이상 한반도 분단을 상징한 철책 제거는 군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 노력으로 성사됐다.

 

지자체가 '주민불편 해소와 자연경관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군과 중앙정부가 기꺼이 수용한 것이다.

 

경계작전을 전담해온 철책과 인력을 첨단 감시장비로 대체할 능력을 갖춘 게 주효했다. 군에는 수중 감시장비, 열영상 감시장비, 폐쇄회로(CC)TV 등 첨단장비가 이미 활용되고 있다.

 

철조망 없애기 노력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강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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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간첩 침투를 막기 위해 철책을 설치한 곳으로 경기도 고양시와 김포시가 2001년부터 철거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자연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민간인 통행에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지자체의 염원이 실현된 것은 2008년부터다. 경계능력 보강을 조건으로 한강 변 철책을 걷어내도록 군 당국이 허용한 것이다. 행주산성에서 일산대교에 이르는 12.9㎞ 구간 가운데 행주산성∼행주대교 1.1㎞ 철책이 가장 먼저 제거됐다.

 

지금은 행주대교∼김포대교 2.3㎞ 철책을 추가로 없애고 한강과 철책 사이 30만㎡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이 6월에 끝나면 철책을 완전히 철거하고 공원을 만들 방침이다.

 

고양시는 한강 변 1만6천㎡에 옛 행주마을 모습을 재현한 '행주산성 역사공원'을 최근 준공했다. 이곳에 군 초소를 정비해 한강과 철새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바꾸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행주대교∼김포대교 철책은 내년 말까지 제거한다. 김포대교∼일산대교(9.6㎞) 철조망은 김포 쪽과 동시에 사라진다.

 

인천에서도 서해 바닷가에 흉물스럽게 설치된 경계 철책을 없앤다. 대체할 감시장비를 설치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인천시는 아암물류단지와 영종도, 청라지구 등 해안 10곳의 철책 33.4㎞를 먼저 철거하기로 했다. 20㎞ 구간의 작전성 검토를 육군 17사단에 이미 요청한 상태다.

 

해당 부대는 북인천복합단지, 아암물류2단지, 남동공단 주변, 영종도 남측 방조제 등 5곳의 작전성 검토는 끝냈다. 합참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인천시와 철책 철거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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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도 분단 흔적을 지우는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 주관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에 이어 국방부가 26곳, 15.4㎞ 철거를 최종 승인했기 때문이다. 철책(철조망)을 걷어내는 계획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올해 2월 강원도와 영동지역 지자체는 군부대와 협약을 맺고 철책 철거에 합의했다. 일선 지자체는 철조망을 대신할 감시 장비와 해안 경계초소 보호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삼척 노곡과 고성 청간해변, 양양 동호해변 등 6곳 1.2㎞는 지난달 이미 철거됐다.

 

강릉시는 경포∼안목(강릉항) 사이 송정해변 3.5㎞와 연곡 700m, 옥계 금진 1㎞ 등 5.2㎞ 길이의 관광지 철책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복합감시카메라 등을 설치하는 과정에 차질이 생겨 작업이 다소 주춤한 상태다. 2013년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안복합감시체계 사업 수주 및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생겨 검찰 수사를 받기 때문이다.

 

강릉시가 이달 초 송정해변 등에 감시카메라 설치 계약을 하려다가 일단 중단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28일 "대체시설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동해 추암, 고성 송지호, 양양 동산 등 6곳은 6월말까지 철거하지만, 나머지 12.1㎞는 여름 해변 개장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작전에 지장이 없는 한 주민 편익 등을 고려해 철책 제거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분단 흔적 제거 대상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사령부급 부대가 요청하면 임무수행에 제한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 조정 방안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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