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교내 커뮤니티 '인하톡톡'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4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졸업식을 여는 학교 결정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권유한 대학원생에 대해 "박사학위를 수여해선 안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인하대에 따르면 지난 23일 2015학년도 졸업식을 앞두고 학생과 교직원, 동문 등 내부 구성원만 볼 수 있는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박사과정 수료생 A씨가 졸업식과 관련된 불만의 글을 올렸다.
A씨는 "8월에 학위기를 받게 되는 날 부모님과 친지를 불러 기념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졸업식 변경에 대책이 서지 않는다"며 "대학원생들이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노트북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4월 졸업식이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올해 개교 62주년을 맞은 인하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개교기념일에 맞춰 졸업식을 개최했다.
다른 대학들이 매년 2월, 8월 두 차례 개최하는 졸업식을 4월에 한 번만 여는 대신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졸업의 참뜻을 찾겠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A씨를 비롯한 졸업생들은 올해 졸업식장에서 실제 퍼포먼스나 시위 등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졸업식 다음날인 24일 최 총장이 A씨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최 총장은 댓글에서 "A군이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이런 사고력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면서 "A군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확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A군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박사를 받는 사람이 졸업식장 앞에서 노트북을 갖고 와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하자고 부추기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최 총장의 이런 격한 반응에 실명으로 운영되는 인하대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민주사회에서 본인의 의견 표출을 학위 심사과정, 논문 내용과 연관 지어선 안된다"는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부 학생은 "일방적으로 인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학위를 갖고 학생을 겁박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최 총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게시판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힌 뒤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학칙에 의거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최 총장은 26일 오전 총장실에서 A씨, A씨 어머니, 지도교수와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A씨에게 사과하고 총장으로서 학위 수여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최 총장은 오후에 인터넷 게시판에도 사과문을 올려 "총장으로서 섬세한 소통을 한다고 했는데,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니 부족함을 많이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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