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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시술을 하다가 환자의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혀놓고도 '환자가 태양에 화상을 입었다'고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기재한 의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다 의료사고를 낸 여의사 A(36)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1월께 48세 여성에게 '소프트 안면 윤곽술'을 시술했다. 레이저로 얼굴의 지방을 녹인 뒤 흡입관으로 이를 빨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뜨거운 열이 나오는 만큼 화상 위험이 컸다.
과거 얼굴에 필러 시술을 받아 피부가 약했던 여성은 시술 중 "뜨겁다"고 여러 번 호소했지만 A씨는 "괜찮다"며 듣지 않았다. 기기를 꺼야 할 때도 끄지 않고 얼굴 위로 레이저를 쐈다. 여성의 양쪽 입가엔 3∼4㎝의 수포가 생기고 진물이 흘러나왔다. 피부 일부는 괴사했다.
그럼에도 A씨는 피해 여성 얼굴에 습윤밴드만 붙여주고 기초적 치료만 했다. 여성은 결국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A씨는 9일이 지나서야 "상급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은 후속 치료에도 얼굴 상처가 영영 남게 됐다.
이 의사는 또 피해 여성이 의료 사고의 중요 증거인 진료기록부 발급을 요구하자 기록부에 '여성이 수술에 들어가서야 필러 시술 사실을 말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의료 과실이 만든 여성의 화상을 '태양에 의한 화상'이라 적기까지 했다.
김 판사는 "A씨는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책임지겠단 태도를 보이다 피해자가 이를 문서로 남기려 하자 입장을 바꿔 '법을 통해 해결하라'고 주장해 피해자의 분노를 사 법정에 이르게 됐다"며 "피해자는 거듭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외모를 위해 시술을 택했다가 이 같은 결과만 남게 된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며 "A씨가 피해자를 위해 1천만원을 공탁했으나 재산·정신적 손해 보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다만, 사고가 고의가 아니었던 점, A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금고 이상의 형으로 일정 기간 의사 자격 상실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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