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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요즘 월급 빼고 모든 요금이 오르는 물가에 직장인들의 점심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안 그래도 어려운 직장인들의 살림에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요즘 점심값으로 1만원은 우습게 나가죠"
25일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 응해준 서울 중구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이화인(25·여)씨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보통 점심이 6천원에서 7천원인데 후식으로 커피 한 잔 마시려 해도 3천원이 넘어 하루 점심값으로 1만원은 생각해야 한다"며 "요즘 같은 날에는 식후에 잠이 와 커피를 안 마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의 한 IT업체에서 일하는 김종진씨(27·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그나마 가끔 과장님이 밥을 사주셔서 식사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라면서도 "구내식당은 5천원이지만 맨날 먹는 밥이 지겨워 밖에서 먹으면 7천원이 넘고, 커피 등 후식까지 하면 1만원은 우습게 넘는다"고 말했다.
또 "점심시간에는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 50분 안에 밥을 마시듯 먹는다"며 "밥을 빨리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서 오후 업무에 지장을 주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핸드폰을 판매하는 김모씨(27·남)도 "요즘 커피가 1천원대라고 하지만, 그런 커피는 지하철역에나 가야 찾을 수 있다"며 "요즘 싸다고 유명해진 프랜차이즈 커피점도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는 거의 3천원이 넘는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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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4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점심값'에 대한 설문에서 전체의 51.4%(243명)가 6천원~7천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또 10명 중 6명은 '점심식사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131명·27.8%)은 식당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가격'을 꼽았다.
대부분의 직장인(10명 중 7명)들이 사용하는 점심 시간은 '1시간'으로, 밥만 먹고 빨리 사무실에 돌아와 오후 업무를 준비하기도 빠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489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식사시간으로 1시간을 사용하고, '식사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해'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아무리 알뜰하게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모든 생활물가가 상승하는 것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아 직장인들의 삶과 경제력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현재 1천만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 조사가 발표됐다. 가계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교육비, 의료비, 통신비, 식사비인데, 교육비와 의료비 지출을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통신비와 식비 부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식당의 밥값을 통제할 수는 없으니 결국 직장인들의 월급이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