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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소녀가 있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성격도 좋아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2004년, 모델이 되기 위해 자세 교정 차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일자목으로 고생하던 그에게 주사 치료를 권했다.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그의 인생은 크게 변했다.
서수연(30)은 19일 "신경과 척수에 문제가 생겼다. 그 뒤로 걷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서수연은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괴로워할 틈이 없었다.
그는 전국각지 병원과 법원을 돌아다녔다.
그는 "병원 측이 의료사고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법원까지 가는 긴 싸움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서수연이 탁구를 시작한 건 이즈음이었다.
탁구채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손잡이였다.
그는 "재활을 하기 위해 탁구를 시작했다"라며 "탁구를 하는 순간에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수연 하루에 수 시간씩 탁구채를 잡고 땀을 흘렸다.
탁구 삼매경에 빠지는 날이 늘어났고, 실력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주변의 권유로 장애인 탁구 대회에도 참가하게 됐다.
취미생활은 어느덧 직업이 돼 있었다.
리우올림픽 준비를 위해 훈련 중인 서수연 씨 / 연합뉴스
사고로 인해 약해진 악력, 어깨 및 손목의 통증이 때때로 걸림돌이 됐지만, 그의 의지를 막진 못했다.
서수연은 아예 손과 탁구채를 붕대로 감고 운동했다.
그는 "악력이 약해 탁구채를 제대로 쥘 수 없어서 붕대를 감아 고정했다"라며 "스핀 등 기술을 구사하기 힘들었지만, 훈련을 통해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전근개 손상, 어깨 인대 파열 등 갖가지 부상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덧 서수연은 한국 최고의 휠체어 여자 탁구 선수를 넘어 세계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아시아선수권 대회 휠체어 탁구 TT2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해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오는 9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참가한다.
그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서수연은 "첫 패럴림픽 출전이라 기대가 되고 부담도 된다. 패럴림픽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패럴림픽 여자 장애인 탁구 단식 종목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엘리트 종목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여자 장애인 탁구에서 독주하고 있다.
서수연은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지난 1월부터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패럴럼픽 대비 집중 훈련을 하는 서수연은 "그동안 나는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노출된 정보가 거의 없다"라며 "이번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에 높은 목표를 가지고 대회를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을 꼭 엄마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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