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딸과 생이별하고 의정부역서 노숙생활 하는 할머니

연합뉴스

 

시댁인 미국에서 친딸과 생이별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년간 노숙 생활을 하는 한 어머니의 사연에 시민의 온정이 모이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의정부에 사는 김모(61ㆍ여)씨. 지금도 의정부역에 가면 노숙생활을 하는 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씨는 30여 년 전 의정부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미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딸(현재 28)도 낳았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남편의 폭력과 시댁의 구박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2006년 집을 나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의정부에 있던 친정으로 도망쳤다.

 

이후 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미국에 갔지만 남편이 접근금지 신청을 해 김씨는 딸도 못보고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10년, 김씨는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귀국 직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머물 곳을 잃은 김씨는 거리로 나와야 했다. 식당 등 일을 했지만 임금을 떼이기 일쑤였고 몇몇 복지 시설에 들어가긴 했지만 오래 지내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의정부역에서 노숙하며 점점 세상과 관계를 끊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김씨에게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 등 복지기관 관계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김씨에게 쉼터 등에서 지내길 권유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마음을 닫은 김씨는 결국 거리의 삶을 택했다. 센터 직원들은 대신 김씨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식주를 제공하고, 센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결혼 당시 미국 시민권을 얻은 김씨는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센터 직원들의 권유에도 한사코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씨는 최근 센터 직원에게 "이제 딸과 함께 살고 싶다"며 딸 이야기를 털어놨다. 미국 국적을 고집한 것도 언젠가 딸과 함께 살겠다는 희망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김씨의 사연에 센터 측은 미 대사관을 통해 딸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딸과의 연락에 성공했다.

 

딸 역시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올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못해 모녀는 가슴만 치고 있었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원센터 직원들은 김씨가 미국으로 갈 항공료와 여비 등 200만 원을 목표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많은 시민이 모녀의 상봉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사연을 접한 의정부시도 오는 29일 여비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연다.

 

센터 관계자는 16일 "오는 19일 미 영사관 측에서도 김씨의 상황을 보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시민의 온정이 모이는 만큼 김씨가 딸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모금에 관한 사항은 의정부시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031-846-423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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