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생물 '끈벌레'가 한강에 이어 임진강에서도 이달 초부터 대량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파주어촌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문산읍 내포리~자유교 구간 11.5㎞에서 한강 하류에서 출몰한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 끈벌레가 그물에 걸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30년째 새끼 뱀장어를 조업 중인 우현재(56)씨는 "지난 3일부터 그물 10개에 끈벌레가 걸려오고 있다"며 "조업 때 마다 양은 다르지만 그물 1개당 평균 5㎏ 이상씩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보이지 않던 끈벌레가 어디서 흘러들어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끈벌레 때문인지 어제 그물 1개당 10마리의 실뱀장어를 잡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어부 김병수(58) 씨는 "이달 초 출몰한 끈벌레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양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물마다 걸려오는 끈벌레 때문에 조업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강의 끈벌레처럼 임진강의 끈벌레도 점액질로 인해 새끼뱀장어가 금방 죽어버린다"며 "끈벌레 때문인지 요즘 실뱀장어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한강 하류 행주어촌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박찬수(58) 전 어촌계장은 "지난 7일 12개 그물에서 실뱀장어 5마리밖에 잡지 못했다"면서 "그물마다 끈벌레가 가득해 조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진강에 출현한 끈벌레가 한강에서 확산해 번진 것 같다"면서 "우리 어부들이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강과 임진강에서 신종 괴물질인 끈벌레가 출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속 시원하게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강 하류의 끈벌레에 대해 연구 중인 홍재상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끈벌레 체내에 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임진강에서 출현한 끈벌레가 한강에서 이동한 것인지는 정확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강 행주어촌계는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서남물재생센터와 난지물재생센터가 수년 전부터 기준을 초과한 방류수를 한강으로 쏟아내 끈벌레 생성 등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난지·서남물재생센터에서 배출되는 처리수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기준을 초과한 방류수를 내보낼 수 없다"며 "행주어촌계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학계, 시민, 행주어촌계 등으로 구성된 민관 수질 합동감시단을 꾸려 다음 달 난지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한강으로 보내는 물 수질을 합동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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