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강상호 씨 생전 당시 모습 / 사진제공 = 이주이 씨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친구 당신의 삶에 대한 의지는 우리들의 본보기였소!"
31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인근에는 1평 남짓한 크기의 조그마한 구둣방 컨테이너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30년째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둣방에는 지난 13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난한 천사' 고(故) 강상호 씨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굳게 닫혀 있는 구둣방에는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에서부터 '천국에서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는 추모 글만이 고인이 된 강씨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구둣방 모습 / 사진제공 = 이주이 씨
올해 56세인 강씨는 지체장애 1급이라는 불편한 몸으로 낮에는 구두닦이, 밤에는 때밀이 일을 하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가난한 천사'였다.
평소처럼 폐지를 줍고 오토바이로 퇴근길에 나서던 강씨는 지난 13일 새벽 1시쯤 음주운전한 화물차량에 치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강씨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고 도로 위에 쓰러진 강씨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와 아들만을 남기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50년 지기 친구 이주이 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몸이 불편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중학교 때부터 목욕탕에서 때밀이와 구두닦이 일을 했다"며 "새벽에는 폐지를 줍는 성실한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폐지를 줍고 있는 고(故) 강상호 씨 모습 / 사진제공 = 이주이 씨
그러면서 "폐지로 힘겹게 모은 쌈짓돈은 생활하기 힘든 어려운 이웃들에게 쥐여주는 착한 친구였다"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늘 항상 자신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강씨가 운영하는 구둣방의 한 달 수입은 약 30~40만원으로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160만원을 다 합쳐도 세 식구를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넉넉하지 못한 어려운 형편임에도 강씨는 폐지 등을 주워 벌어들인 15만원 남짓의 쌈짓돈을 정신지체 아들과 단둘이 영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70대 유모 할머니에게 챙겨 드리는 '천사'였다.
친구 이주이 씨는 "지난주에 상호의 장례식을 치뤘다"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초라한 삶을 살았을지는 몰라도 장례식장에서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굳게 닫힌 구둣방 문에 붙어 있는 시민들의 편지 / 사진제공 = 이주이 씨
이어 "초등학교 친구들과 주변 이웃들이 참석해 쓸쓸하기는 커녕 오히려 훈훈한 장례식이었다"며 "고단한 삶이기는 했지만 '상호의 삶이 예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이씨는 인사이트 기자에게 "평상시에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며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이 진짜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자신보다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평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강씨의 삶은 깊은 울림을 주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