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영화 '동주'로 재조명 되는 천재시인 윤동주의 시 7편

via 영화 '동주' 공식 포스터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최근 개봉한 영화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시 그려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봤다'가 아니라 '들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동주'의 흥행에 시인 윤동주는 물론 그의 시 또한 재조명 되고 있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의 항일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피고 지는 꽃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짧은 인생을 살다 갔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과 고통 속에 살다 세상을 떠난 윤동주의 나이는 겨우 28살에 불과했다.

 

이제는 가슴속에 고스란히 내려앉은 윤동주의 시를 통해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기에 많은 이들이 더욱 그의 시와 인생을 사랑한다.

 

읽다 보면 가슴에 내려앉는 천재시인 윤동주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via 영화 '동주'


2. '별 헤는 밤' 중 일부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3.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왔읍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온다기에 

 

via 영화 '동주'

 

4. 또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개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짓는 것이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나를 쫒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쫒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다른 고향에 가자

 

5.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via 영화 '동주'

 

6.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7. 아우의 인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對答)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