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8일(화)

페이커와 쵸비, e스포츠의 전성기를 이끈 '메시vs호날두' 급의 라이벌 구도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축구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주역들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두 선수는 같은 시대에 활약하며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이들의 경쟁은 축구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 시대를 대표한 메시와 호날두의 라이벌 구도는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정점을 찍었다. 


GettyimagesKorea리오넬 메시 / GettyimagesKorea


이들의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가 축구 산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e스포츠의 대중화를 이끈 두 프로게이머가 존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역대 최고의 e스포츠 스타'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과 그에게 맞설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받는 '쵸비' 정지훈이다.


지난 2013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페이커는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의 특성을 극복하고 현재까지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페이커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장 큰 국제대회이자, 전 세계 롤 프로게이머들이 목표로하는 '롤드컵 우승'을 무려 5차례나 차지한 유일한 선수다.


인사이트Instagram 'lckofficial'


'축구의 아이콘' 메시에게 호날두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존재했듯, 롤의 아이콘이 된 페이커 역시 쵸비라는 라이벌과 리그 우승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시가 호날두와 경쟁구도를 이어갈 당시 '원클럽맨'으로 한 팀에서 오래 활약한 것처럼, 페이커 역시 데뷔 이후 현재까지 소속팀 T1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축적된 리더의 경험을 바탕으로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보이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승리로 견인해 낸다.


또 페이커와 메시는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안정적인 플레이와 함께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놀라운 슈퍼플레이를 감각적으로 선보인다. 


인사이트리오넬 메시(왼쪽)와 '페이커' 이상혁(오른쪽) / GettyimagesKorea, Instagram 't1lol'


반면 쵸비와 호날두는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캐리형' 선수에 가깝다. 이들은 개인의 컨디션이 팀 성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메시와 페이커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면 쵸비와 호날두는 '노력형 천재'의 표본이다. 경기를 마친 뒤 호날두가 경기장에 남아 홀로 연습을 이어갔듯, 쵸비 역시 막대한 연습을 바탕으로 사용하는 챔피언들을 높은 숙련도로 다뤄낸다.


특히 1:1 구도인 '라인전'에서 페이커를 상대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쵸비의 모습은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클러치 플레이를 선보이는 호날두를 떠올리게 한다. 


인사이트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과 '쵸비' 정지훈(오른쪽) / GettyimagesKorea, 뉴스1


국내리그에서 쵸비는 페이커를 여러 차례 꺾으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지만, '롤드컵'과 같은 국제무대에서는 경험이 많은 페이커에게 번번이 가로막히고 말았다.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국제전의 페이커'와 '국내리그의 쵸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화제가 됐고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의 이목까지 단숨에 사로잡았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페이커의 적수로 떠오른 쵸비가 '롤드컵에서도 페이커를 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관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YouTube 'LCK'


페이커는 오래도록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 어떠한 구설에도 오르지 않아 전 세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의 활약에 수많은 대중이 국적, 나이, 성별 등을 초월하고 하나의 '팬덤'으로 응집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선수 개인끼리 갖던 라이벌 관계를 '팬덤vs팬덤'의 구조로 끌어왔다.


페이커의 경기는 자체로도 높은 뷰어십을 끌어왔지만, 지난해 리그에서 쵸비를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롤드컵 4강전'은 500만 상당의 뷰어십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는 뛰어난 스타플레이어의 활약과 '라이벌 구도'가 스포츠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인사이트YouTube 'LoL Esports'


선수의 화제성을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팬덤의 존재는 경기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며, 스포츠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형태이고, 팬덤은 산업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가치다. 스포츠 구단과 리그의 운영은 경기 티켓, 중계권, 광고, 굿즈 판매 등의 수익으로 가능하며 이 같은 수익 모델은 팬덤에 의해 생겨난다.


따라서 '팬덤'은 구단과 리그를 운영하게 하는 본질적인 존재인 동시에 스타플레이어들의 퍼포먼스를 관람함으로써 경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인 것이다.


인사이트YouTube 'LoL Esports'


"다섯 번째 우승은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지난해 열린 롤드컵에서 페이커가 '5번째 우승'을 목전에 두고 한 말이다. 그에게 '롤드컵 우승'은 더 이상 커리어를 쌓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여정에 함께해 준 팬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 됐다는 것이다.


'롤드컵 5회 우승'이라는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겠다는 페이커의 이 같은 말은, 현장에 있던 수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해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국제전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떨친 쵸비 역시 "많은 팬 여러분들과 함께 간절히 원하던 국제전 타이틀을 얻게 돼 너무 좋습니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의 말처럼 e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는 구단의 체계적인 운영, 스타플레이어의 활약 등과 함께 소비자 즉, 팬덤에 의해 산업이 발전되고 존속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인사이트Instagram 'lck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