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3일(목)

세브란스병원 김만득·권준호 교수팀, 수술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에 3000V 전기 쏘자 생존기간 연장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술하기 힘든 췌장암 환자에게 비가역적 전기천공(IRE) 치료를 통해 평균 생존 기간을 최대 9개월 연장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일 세브란스병원은 김만득·권준호 교수팀이 13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IRE 치료를 실시해 평균 생존 기간을 최대 9개월 연장시켰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오는 30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리는 인터벤션 영상의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9%에 불과하며, 수술 가능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이트세브란스 병원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조차 힘든 상태에서 진단받고, 국소 진행성 췌장암의 경우 항암 치료 후 평균 생존기간이 6~11개월에 불과하다.


IRE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RE는 암 조직 주변에 전극을 삽입하고 고압의 전기를 흘려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가정용 콘센트 전압(220V)의 10배 이상인 3000V의 전기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주변 혈관이나 조직 손상이 거의 없다.


고압 전기가 암 세포 막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세포 사멸을 유도하며, 인체 면역계가 이를 적군으로 인식해 추가적인 암 공격을 가능하게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 IRE 치료를 받은 환자의 시술 후 평균 생존 기간은 20.7개월로 기존보다 9개월 이상 늘었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도 기존 치료법보다 26개월 이상 증가한 43.9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췌장암 분야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다.


연구진은 국내 의료기기업체 더스탠다드의 EPO 시스템을 활용했으며, 김 교수는 장비 개발에도 참여해 시술 효과를 높이고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시술 후 배를 열지 않아도 돼 퇴원까지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


김 교수는 "종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크기가 너무 큰 경우에는 IRE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술 불가능하고 항암치료 효과가 낮거나 부작용으로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