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노동부의 일자리 보고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GettyimagsesKore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에 대해 "엄청난 돈 낭비"라며 폐기 의사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법 폐기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칩 회사 중 하나(대만 TSMC를 지칭)에 10센트도 주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관세 때문에 이곳(미국)에 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관세를 지불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미국)에 왔다"면서 "또한 제가 기업과 일자리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과거 미국의 반도체 산업이 해외로 이전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산업을 잃어갔고, 지금은 거의 대만에 집중돼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에게서 그것을 훔쳤다. 그것을 빼앗아 갔는데 저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방치했던 이전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산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하며 "지금처럼 대만에 거의 독점되어 있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으며 미국 내로 다시 되돌려 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그는 이어 "한국에도 일부 반도체 산업이 있지만, 대부분은 대만에 집중되어 있다"고 덧붙이며 반도체 산업의 재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된 다른 문제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산 목재와 낙농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점을 언급하며 "캐나다가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도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 제품에 즉시 상호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연합(EU)을 겨냥해 "EU는 관세를 끔찍하게 남용해왔다. EU라는 것 자체가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일자리 보고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부 일자리가 아닌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며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잃어버린 9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되찾아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제조업이 중심이 되어 9000개의 새로운 자동차 일자리가 최근 추가되는 등 제조업 기반의 경제 부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중심의 성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